[설특집-취준생들의 설명절은]
불안감·질문 스트레스…집에 안가, 선물세트 판매 등 단기알바 하기도

▲ 22일 충남대 중앙도서관은 명절을 앞두고 취업준비등으로 도서관을 찾은 학생들로 가득하다. 사진=윤지수 기자

[충청투데이 윤지수 기자] “준비할 것도 많고, 취업은 힘들고… 또 물어볼 뻔한 질문 대답하기 싫어서 명절엔 안 갈래요”

명절을 앞두고 가족을 만나러 고향으로 발길을 돌리는 대신 취업준비생들은 도서관으로 향하고 있었다.

경기는 어려워지고 취업의 문은 높아지면서 자격증 시험 및 취업준비로 도서관엔 취준생들로 붐볐다.

22일 저녁 8시 하나둘 불 꺼진 대학 건물 사이로 충남대 중앙도서관 2층 열람실은 노트북 자판소리와 책장 넘기는 소리로 적막감이 돌고있다.

그룹스터디실에서 삼삼오오 모여 토론 및 면접 준비를 하거나 열람실 밖에선 졸음을 쫓기 위해 책을 들고 나와 공부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감정평가사를 준비 중인 이모(30) 씨는 “시험이 한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아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공부하는 게 일상으로 이번 명절엔 하루 종일 도서관 있을 예정”이라며 “제가 가면 부모님이 더 눈치 보시고 속상해하실 것 같아 차라리 안 가는 게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공기업 준비를 하고 있는 김모(27) 씨는 명절이 다가올 때마다 준비된 건 없는데 시간만 흐르는 것 같아 조바심을 느낀다고 했다.

김 씨는 “주변에 이미 취업한 친구들도 있어 명절에 친구들을 만나면 대화 주제도 다르고 자존감도 떨어져 어느 순간 만나기가 꺼려진다”며 “나이도 많고 자격증은 부족해 뒤쳐지는 느낌이라 노는것도 집에 가는 것도 미루고 내일을 준비한다”고 말했다.

취업난 속 취준생들은 친척집 방문보단 취업준비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문화가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명절 잔소리를 피할 수 있고 단기 아르바이트를 통해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한모(26·여) 씨는 “친척들이 모이는 자리에 가면 ‘요새 뭐하니’와 같은 잔소리도 듣기 싫고 ‘다 어렵지 다 잘될꺼야’ 등 위로도 부담스럽다”며 “취업준비에도 돈이 많이 들어 책값이라도 벌기 위해 단기로 마트 선물세트 판매 알바를 한다”고 말했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올해 구직활동을 한 취업준비생 1345명을 대상으로 ‘구직자 취업 스트레스 현황’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재 취업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한 응답자가 93.8%로 10명 중 9명 이상으로 많았다.

취준생들이 꼽은 취업스트레스의 가장 큰 이유로는 △언제 취업될 줄 모르는 불안감(38.6%)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오랜 시간 취업준비로 인한 지침(20.5%) △경제적인 어려움(11.7%) △자신의 적성을 파악하지 못함(9.7%) △계속되는 서류, 면접 전형에서의 탈락(7.0%) 등도 뒤를 이었다.

이 외에도 △상대적으로 부족한 스펙(5.7%) △부모나 친척 등 지인들의 기대감(3.3%) △먼저 취업한 친구와의 비교(1.8%) 등으로 인해 취업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응답도 있었다.

카페 주인인 임모(38) 씨는 “주말·명절이면 가족이나 어르신들이 단체로 커피 한잔씩 하면서 담소를 나누지만 한켠에선 취준생들은 인강을 듣거나 공부를 한다”며 “같은 명절이어도 한 공간에서 상반된 두 모습이 공존해 안타까울 때도 있다”고 했다. 윤지수 기자 yjs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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