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독거노인들의 쓸쓸한 연휴]
일하다 다치거나 노환에 고통
춥고 작은방, 라면·약봉지만
대전 독거노인 5만명…증가세
현금·현물 보다 말동무 필요

▲ 22일 대전 중구 선화동에 거주하는 한 독거노인이 방안에서 적막함을 달래고 있다.  사진=전민영 기자
▲ 22일 대전 중구 선화동에 거주하는 한 독거노인이 방안에서 적막함을 달래고 있다. 사진=전민영 기자

[충청투데이 전민영 기자] “설이라고 특별할 게 있나요. 찾아갈 곳도, 찾아올 사람도 없는데 그냥 버티는 삶의 연속이죠.”

중구 선화동에 사는 A(66) 씨는 설 명절 일정에 대해 묻자 한숨을 내쉰다.

가족이 없는 무의탁 세대인 A 씨에게 설 명절은 평소처럼 집에서 TV를 보는 날에 불과하다.

5년 전 2번의 수술 끝에도 회복되지 않은 어깨 탓에 일까지 그만두면서 하루 종일 나갈 일이 없기 때문이다. 월세 7만원의 단칸방에 거주하는 A씨는 침대 곁에는 약봉지와 다 먹은 컵라면이 놓여있었다.

고된 노동으로 손상된 팔근육은 하루라도 약을 먹지 않으면 끊어질 듯한 고통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이런 A씨에게 명절 세기란 옆집의 전 부치는 모습, 떡국 떡을 사 가는 사람들 구경 정도에 불과하다.

A씨는 “국가보조금 57만원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사람이 명절이라고 기분이나 낼 수나 있겠냐”며 “그나마 동 센터와 지원단체에서 설 명절이라고 한 번씩 찾아와 말동무가 되어주니 고마울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설 명절에도 독거노인들의 외로움이 가중되고 있다.

현재 대전지역 내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 수는 △2015년 16만 5528명 △2016년 17만 1568명 △2017년 18만 2965명 △2018년 18만 8530명 △19만 8691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대전 인구의 13.47%로 고령사회로 분류 기준인 ‘만 65세 노인인구 14% 이상’에 근접한 상태다.

독거 노인 수 또한 △2017년 4만 2449명 △2018년 4만 6477명 △2019년 5만 208명으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설 연휴를 서글프게 보내야 하는 독거노인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동구 정동에 사는 B(72) 씨 또한 사정은 마찬가지다.

성인 한명이 지나가기도 버거운 골목길을 굽이굽이 들어가 도착한 B씨의 집 현관문과 창문에 바람을 막기 위한 비닐 차단막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연탄불이 꺼져 냉기가 도는 방안에서 B씨는 몇 겹으로 쌓아 덮은 이불 속을 파고들었다.

곁에는 인근 봉사단체로부터 전달받은 설 꾸러미가 놓여있었지만 하나도 먹지 못한 채 식어 있었다.

앞니는 다 빠진 상태이며 어금니조차 상태가 좋지 않아 설 음식은 씹을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B씨는 “명절도 가족이 함께 모여 삼삼오오 수다를 떨어야 설레고 기다려지는 것 아니냐”며 “혼자 보내는 명절에는 먼저 떠나보낸 가족들이 생각나 서글퍼지기만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온정의 손길을 기다리는 독거노인들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지역 내 복지센터의 한 관계자는 “현금, 현물 지원보다 더 필요한 것은 독거노인들의 외로움을 달래줄 말동무”라며 “설, 추석 등 최대명절이 더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사람들의 삶을 어루만지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민영 기자 myje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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