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석 한국교통안전공단 충북본부 부장

다사다난했던 2019년도 가고 지혜롭고 부지런한 우두머리 하얀 쥐 경자년도 며칠이 흘렀다. 2019년 충북내 교통사고와 관련해 사실 성과를 거뒀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충북지방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교통사고 통계를 집계한 이래 교통 사망자수가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으며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교통사고 통계 3개 항목인 발생건수, 사망자 수, 부상자 수가 모두 감소한 지자체는 충북이 유일하다 하니 유의미한 2019년이었다 할 것이다. 물론 전국적으로도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크게 감소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발생건수와 부상자 수가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도민들이 교통안전 실천에 앞장선 결과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특히 지난 한 해 ‘함께해유~ 착한운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지자체, 경찰, 유관기관, 언론, 시민단체 등 안전한 충북 교통안전문화 만들기에 우리 모두가 동참한 결과라 자평할만하다. 똑똑 떨어지는 보잘것없어 보이는 낙숫물이 커다란 바위에 구멍을 내듯 오늘의 함께해유~ 착한운전 운동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교통사고로부터 안전한 충북 만들기에 시금석이 되리라 예상된다.

하지만 이 기쁜 소식 가운데 교통안전의 최일선에 있는 한 사람으로서 꼭 되새겨 볼 만한 교통사고 통계가 있어 요샛말로 꼰대 취급을 받을 각오를 하고 화두를 던지고자 한다.

다름 아닌 보행사망자 수와 65세 이상의 고령사망자 수는 전년 대비 증가했다는 것이다. 2019년 충북의 교통 사망사고 중 유독 큰 비중을 차지하던 음주운전, 이륜차, 차량 단독사고는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보행사망자는 전년 대비 12명(20.7%)이 증가한 70명, 고령사망자는 전년 대비 4명(4.6%)이 증가한 91명으로 나타났다. 물론 혹자는 전년 대비 감소성과가 있음에도 이 두 가지 지표만으로 유난을 떤다고 할진 모르겠다. 하지만 교통시설 개선이나 경찰의 단속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보행자 사고와 인구절벽이라 일컫는 고령화 시대에 고령자 사고가 증가했다는 것은 풍요 속의 빈곤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많은 전문가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두 요인의 해법은 기술과 재원이 아닌 우리 마음속에 해결책이 있다고 한다. 바로 "교통질서를 준수하고 교통약자를 배려하는 안전운행·안전보행"을 하는 것이다. 결국 더 안전해지는 길은 가장 기본적인 상식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가짐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하니 이 말을 되새겨 볼 필요성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타인을 배려하고 자신을 바로잡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문화’를 만들고 함께하고 이어가는 것이다. 그래야만 변하지 않는 ‘완전한 문화’로 정착 가능하며, 지난해 우리 충북의 교통사고 주요 지표들이 감소한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된다.

글을 마무리하며 기분 좋은 한 해의 시작이 되어야 할 1월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보행자 교통 사망사고 소식을 벌써 서너 번 이상 지면으로 본 것 같아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일종의 트라우마로 남을까 걱정이 앞선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이 월드컵 4강 진출이라는 신화를 이뤄낼 당시 유수의 강호들을 제압하고 16강 진출 목표를 달성한 기념 기자회견에서 남긴 "그러나 나는 아직도 배고프다"라는 말은 지금도 일종의 주문처럼 회자되고 한다.

우리 충북 역시 "아직도 우리는 배고프다"라는 주문과 함께 더 안전한 교통문화를 만드는 데 있어 2002년 월드컵 거리응원 같은 열정과 동참이 들불처럼 피어나기를 기원하며 경자년 새해 교통사고 없는 희소식만 듣기를 간절히 바라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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