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련 대전시의회 행정자치위원장

우리속담에 ‘방구 뀐놈이 성낸다’는 말이 있다. 책임은 다하지 못해 일을 그르쳐 놓고 화를 낸다. 혹은 자기가 잘못하고서 도리어 성냄을 이르는 말로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하거나 변명을 할 때 자주 인용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신뢰는 무너지고 성과를 내지 못해 결국은 도태된다. 시민과의 약속이 지켜질 때 성과는 확산되고 시민의 행복은 배가된다. 일상에서 역할(분업)과 책임(협업)을 다하기 위해 프로정신이 강조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사업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요구되는 역할과 책임은 점점 세분화 전문화되면서 직업에 대한 프로의식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역사 속에서도 역할(분업)과 책임(협업)이 잘 조화를 이룬 시기는 문화가 발전하고 과학적 창조물이 많이 양산됐다. 세종이 집현전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 걸친 문화유산이 창조된 것은 이를 반증한다. 세종 때 이뤄낸 성과는 조선 후대에 까지 이어지면서 새롭게 발전을 거듭했다.

특히 선조 이후 중국사신단이 조선을 방문할 때마다 요구한 동의보감은 세종 때 정리한 의학백과 사전인 의방유취를 근간으로 허균이 유배지에서 내의원의 지원을 받아 요약 재정립 한 것으로 동양의 최고 의서가 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와같이 우리는 조직이 역할과 책임을 통해 성과를 극대화시키는 현장을 프로경기를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프로경기 선수는 역할과 책임이 무엇인지 몸값으로 자명하게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똑같은 역할을 맡고 있는 선수의 몸값은 천차만별이다. 우리지역 연고팀인 한화이글스 출신 류현진 투수(1년 연봉 233억원, 2018년 프로구단 1년 평균 운영비 280억원(선수연봉46%포함))에게 얼마나 많은 책임과 역할이 요구되는 지는 연봉만 봐도 잘 알 수가 있다.

지방화 세계화시대 지방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이 된 요즘 우리 대전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고 대처해나가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93대전엑스포’ 이후 우리지역은 이렇다할만한 국제행사를 치러낸 경험이 없다. 다행히 2022 세계지방정부연합총회를 유치해내는 성과를 거두었지만 앞으로 준비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올해 대전시가 야심차게 준비하는 새로운 시책들은 대전에 변화를 이끌어내는 동력이 되어야 한다. 그 시작은 대전의 자산을 확인하고 프로정신을 갖춘 공직자가 역할과 책임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야 시민이 행복해진다. 그나마 국제행사를 앞두고 다행인 것은 우리시가 자원봉사자 활동이 최고선도 도시라는 자부심이다.

‘93 대전엑스포’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원동력은 헌신적인 자원봉사자들의 참여와 협업으로 활약한 결과라는데 이견이 없다. 또한, 대전사이언스컴플렉스는 세계가 주목하는 과학의 메카이며 KAIST는 대전의 자랑이다. 하지만 대전시는 이러한 축적된 인프라를 활용해 대전을 발전시켜 나가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다.

경자년 새해가 밝은지도 20여일이 지났다. 이제는 달라져야한다. 대전시는 다시금 신발 끈을 동여매고 각자의 분야에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최고의 행정 달인을 만들어내는 공직자상을 보여줘야 한다. 시민의 관심을 갖게 하는 비전을 만들고 참여할 수 있게 이벤트를 만들어 예산을 투입하는 데 대전시가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단순히 보여주기보다는 왜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시민이 체감하고 참여할 수 있는 계획안을 만드는데 프로정신으로 무장한 공무원이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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