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오 청주테크노폴리스 자산관리 사업기획본부장

긴 시간 어둠을 드리고 침묵에 빠져들었던 옛 연초제조창에 다시 환한 불빛이 들어왔다. 그러나 그 불빛은 예전의 그 것과는 공간의 존재와 의미조차 사뭇 다르다. 담배공장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청주연초제조창'은 1946년 '경성 전매국 청주연초공장'이란 이름으로 개설됐다. 해방 후 변변한 지방기업이 없다시피 했던 60~70년대 청주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이었다. 그렇게 청주경제의 동력으로 반세기가 넘도록 가동되던 '청주연초제조창'이 담배산업 개편으로 인해 2004년 문을 닫았다. 담배공장의 폐쇄는 과제도 함께 남겼다. 적정한 활용방안을 찾지 못해 장기간 방치되면서 내덕동 안덕벌 일원의 슬럼화가 급속히 진행됐다. 따라서 지역의 재생이 시급했고, 옛 연초제조창이 가졌던 경제적 파급효과를 되돌려 놓는 것도 중요했다. 이를 위해 청주시와 지역의 학계, 전문가, 시민사회 등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머리를 맞댄 끝에 내린 결론은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형 도시재생이었다.

그것을 기초로 청주시가 1999년 원료창고와 동부창고를, 2011년에는 본 건물을 KT&G로부터 매입했다. 그 후 청주첨단문화산업단지 조성사업과 동부창고 문화재생사업이 추진됐고, 2018년 12월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이 개관됐다. 이어 2019년 8월에는 본관동에 진행되던 문화제조창 리모델링 사업이 준공돼 완전체를 이루게 됐다. '문화제조창C'는 문화예술과 산업을 포괄하는 복합문화공간이며 문화의 소통과 향유, 창조의 공간으로 전체면적 12만 2407㎡에 이르는 거대한 문화의 집적공간으로 재탄생됐다. 그야말로 청주의 랜드마크(Land Mark)로도 손색없고 국내외 어디에 내 놓아도 자랑할 만한 공간이다.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도 인정받고 있다. 2019년 청주공예비엔날레는 행사 기간 중 35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갔고, 국립현대미술관의 관람객도 지난 1년 동안 15만명에 이르면서 국내외적으로 호평을 받았다. 지방의 도시재생과 관광의 성공적인 모범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문화제조창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내덕동 안덕벌 일원도 큰 변화를 맞았다. 공간구조의 개편으로 이동이 편리해졌을 뿐 아니라, 쾌적한 생활환경이 조성됐다. 또한 각종 이벤트가 많아져 지역의 상권이 되살아나고 집값이 오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제조창C'는 미완(未完)의 공간이다. 앞으로 채우고 풀어나가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첫째는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다. 외부의 부러움과 긍정적 평가와는 달리 정작 일반시민의 관심은 그닥 뜨겁지 않다. 둘째는 공간운영 비용의 조달은 물론 청주경제에 기여할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이 새롭고 창의적인 콘텐츠 개발과 사업 발굴이 필요하다. 모험적인 시도와 도전이 필요하다. '문화제조창C'가 청주의 랜드마크를 넘어 세계 속에서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핫플레이스(Hot place)로 자리매김 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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