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규 농협 청주교육원 교수

1824년 5월 7일, 비엔나의 케른트너토르 극장에서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이 초연됐다. '합창'이란 부제로 더 유명한 이 작품은 베토벤이 작곡한 마지막 교향곡이자 오랜 세월에 걸쳐 완성된 역작이다.

그의 나이 53세 때인 1824년 완성했지만 그는 이미 30대 초반부터 아무것도 들을 수 없는 청각장애인 이었다. 연주가 끝나자 청중들은 놀라움과 경외감으로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지만, 베토벤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

독창자의 안내로 관중석을 뒤돌아보고 나서야 환호하는 청중을 보면서 감사의 머리를 숙였다. 음악가로서 청력을 잃어버린 상상할 수 없는 큰 장애를 극복하고, 음악적 감각과 도전 정신으로 최고의 작품을 완성한 위대한 순간이었다.

'스완송'(Swan song)은 말 그대로 백조의 노래를 뜻한다. 백조는 평생 울지 않다가 죽기 직전에 단 한 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로 노래한다고 한다.

그래서 스완송은 가수나 예술가 등의 가장 아름다운 작품이나 운동선수의 은퇴 경기 등을 의미하는 표현이다.

우리 인생에서도 스완송을 부를 기회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새로운 출발점에서 또는 인생 최고의 절정기에 때로는 백조처럼 인생을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마주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기회가 언제 다가올지 모르기 때문에 철저히 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 앞머리가 무성한 이유는 내가 누구인지 금방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고, 뒷머리가 대머리인 이유는 내가 지나가면 다시 붙잡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기회의 신 '카이로스'가 표현한 것처럼 철저히 준비한 사람에겐 그 무대가 즐겁고 흥겨운 무대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기회를 놓치거나 두렵고 떨리기만 할 뿐이다.

사람은 태어날 때 한 권의 연극 각본을 갖고 태어나며, 그 각본대로 연출하며 일생을 살아간다고 한다.

인생이란 무대에서 주인공은 '나 자신' 이다. 감독과 작가도 '나'자신이며, 대역을 쓸 수도 없는 역할이다.

시나리오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희극이 되기도 하고 비극이 될 수도 있다.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워가는 것이며, 미래는 저절로 오는 게 아니라 준비하며 맞이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인생을 만들어 온 것도 나이고, 앞으로의 인생을 이루어 가는 것도 나 자신이다. 화려한 공연을 하기 위해 큰 '꿈'을 가져야 하고, 열정과 도전으로 꿈을 이뤄가야 한다.

‘1월 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 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첫 출근하는 날 신발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 직장일은 한다면,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는 정채봉 시인의 표현처럼 다시 꿈꾸며, 다시 시작하려는 용기가 필요하다.

모든 역경을 이겨내며 꿈을 향해 도전할 때 스완송은 마지막이 아닌 새로운 희망의 노래가 될 것이다. 마치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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