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월평동에 사는 A(31) 씨는 이사 갈 집을 찾기 위해 두 달째 방을 알아보는 중이다.

인근에 유흥업소가 많아 늦은 밤 귀갓길이 항상 불안하기 때문이다.

A 씨는 “낯선 남성이 뒤를 쫓아 집까지 따라오는 일을 겪은 후 항상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며 “직업의 특성상 회식도 많고 늦은 시간 끝나는데 생업을 그만둘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구 문창동에 거주하는 B(27) 씨는 퇴근 후 귀가할 때마다 휴대전화의 비상호출모드를 켜고 빠른 걸음으로 집을 향한다.

지난해 인근 골목에서 성추행 사건이 발생하면서 혼자 거주하는 B 씨의 불안감은 한층 더해졌기 때문이다.

안전한 곳으로 이사하고 싶지만 전세금, 위치 등 다른 요소들까지 생각하다 보니 A 씨에게 안전은 항상 후순위로 밀리는 상황이다.

대전지역 여성들의 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전 지역 여성들이 높은 경제활동 참가 비율을 보이는 가운데 지역 내 여성 성범죄 피해자 또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면서 불안감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20일 대전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 기타 강간 등 대전지역의 성범죄 피해는 △2014년 573건 △2015년 574건 △2016년 607건 △2017년 669건 △2018년 735건으로 꾸준한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지역 내 여성들의 사회 참여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여성가족부가 매년 상위, 중상위, 중하위, 하위 네 등급으로 나눠 산출하는 지역성평등지수에서 지역 내 여성들의 사회참여 수준은 2013년 이해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경제활동 참가율 성비가 전국 6위를 기록하는 등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여성들은 야근, 회식 등으로 늦은 시간 귀가로 인한 범죄 노출 비율 또한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시의 경제참여비율, 안전 분야 등급이 하위권을 기록하면서 타 시도 대비 위험하다는 평가를 받는 상태다.

사회참여, 의사결정, 경제활동, 복지, 정보·문화 등 분야에서 상위권을 기록한 것과 대비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성폭력 예방조치와 사회안전망 조성을 위해 관련 기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지역 대학의 한 교수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독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필수”라며 “CCTV 설치, 안전 귀가 서비스, 안전한 골목길 조성 등 모두에게 안전한 환경 조성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전민영 기자 myje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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