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들이 외부 강연 등 사전 신고 없이 무단 대외활동으로 가욋돈을 챙기다 적발되며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간의 관행에 대한 자조 섞인 목소리와 함께 내부 규정을 더욱 강화해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하 STEPI)에 따르면 지난달 말 무단 대외활동과 관련한 자체 감사를 통해 총 49명의 직원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충청투데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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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STEPI 감사는 국무조정실과 감사원의 합동감사로 진행됐으며 자진신고 기간(2019년 8월 5~30일)을 거쳐 전수 조사됐다.

이들 대부분 사전 신고를 거치지 않고 외부강연 및 심사위원 등 대외활동을 진행했으며 각종 강의료나, 자문료 등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정청탁금지법’과 자체 감사규정에 의해 연구원이나 소속 직원들은 대외활동 시 사전신고를 통해 기관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신고를 했어도 1회당 60만원을 넘을 수 없는 등 강의료 기준이 명확하게 명시돼 있다.

이번에 회부된 박사급 연구원을 포함한 징계 회부 대상자 중에서는 해당 기간 적게는 몇 백 만원, 많게는 수 천 만원까지 대외활동비를 받은 것이 드러나며 비난이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대상자 대부분 전년도인 2018년에도 똑같은 이유로 주의·경고조치 받았던 전례가 있어 기관의 솜방망이 처벌 논란도 가세될 것으로 보인다.

출연연들의 무단 대외활동 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출연연 직원들의 외부 강의료는 파악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다.

2015년 기초과학연구원에서도 책임급 연구원이 사전 신고 없이 86차례에 걸쳐 외부 강의나 회의 등에 참석해 강의료와 자문료, 원고료 등으로 총 3660만원을 받아 감사에서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부정청탁금지법 시행 전이었던 당시에도 직원들이 근무시간에 용돈 버는 일을 방조하기 위해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외부 강의료 상한을 권고했지만 연구원 내 암묵적으로 자행되는 무단강연은 여전히 근절되지 않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연구노동조합 STEPI지부는 이번 징계행위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을 근거로 갑질 경영이라는 성명을 발표해 내부갈등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박동배 STEPI지부장은 “청탁 금지법의 제한 범위를 벗어난 과잉·갑질 감사 행위”라며 “국세청 금융기관 거래 내역을 무차별적으로 수집하고 사찰에 악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STEPI 감사실 관계자는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에 의해 합법적 수준에서 감사를 실시했다”며 “회부 대사자들에게 기관 방침을 설명하고 조만간 징계위원회를 소집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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