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 곽상언 출마설… '국정안정 대 정권심판' 부상
충북도당으로 이동·주소지도 영동으로… '친노 대 친박'간 결전 가능성
박덕흠 "누가와도 신경 안 써"… 이재한 민주 전 위원장 "경쟁력 충분”

[충청투데이 이민기 기자] 충북이 '국정안정론 대 정권심판론'의 진원지로 부상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국토의 중심지이자 역대 총선·대선에서 전국표심의 바로미터로 자리매김한 충북에서 '친노(親盧) 대 친박(親朴)' 세력 간 일전(一戰)을 치를 상황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벌써부터 '노무현 대 박근혜' 구도로 판이 짜여 지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48) 변호사가 보은·옥천·영동·괴산(동남4군)에서 4·15 총선 출마를 검토하는 게 아니냐는 소식이 지난 17일 지역정치권을 강타했다. 실제 곽 변호사는 최근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에서 충북도당으로 전적하면서 당적 상의 주소지도 본적지인 영동으로 옮겼다. 보은·옥천·영동·괴산은 '친박' 박덕흠 의원(자유한국당)이 3선 도전에 나선 선거구다.

이른바 '노무현 사위' 출마설이 터져 나온 시점부터 묘하다는 반응이 적잖다. 자유한국당 충북도당이 15일 청주에서 황교안 대표, 정우택 도당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신년인사회를 갖고 문재인 정권 심판론을 거듭 강조하며 총선에서 표를 몰아달라고 호소한 지 불과 이틀만에 곽 변호사를 둘러싼 동남부4군 출마설이 흘러나온 게 배경이다.

일각에서는 곽 변호사가 충북도당으로 옮긴 것 자체가 출마를 염두한 행보란 해석을 내놓는다. 총선을 D-90일 앞둔 16일 곽 변호사가 돌연 본적지인 '충북행(行)' 당적을 선택한 것은 출마 이외 다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곽 변호사가 총선을 3달 앞두고 전혀 뜻밖의 행보를 보였다"며 "갑자기 전적한 이유가 어디 있겠느냐. 출마 여부는 두고 봐야겠지만 출마를 검토하는 것은 맞는 것 같다"고 했다.

특히 만일 동남4군 총선이 '노무현 대 박근혜' 프레임으로 치러질 경우 충북 도내 전역이 '친노(親盧) 대 친박(親朴)' 간 결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일각의 관측이 주목된다. 친노(親盧)와 친박(親朴) 진영 모두 동남4군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였기 때문이다.

동남4군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친인 고(故) 육영수 여사의 고향이자 외가인 옥천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 육 여사의 친오빠인 고(故) 육인수 전 의원이 이 지역에서 6~10대까지 5선 국회의원을 역임했고, 박 전 대통령의 친동생인 박근령 씨는 2012년 19대 총선 당시 무소속으로 보은·옥천·영동(남부3군)에 출마했다가 중도 사퇴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18대 대선 당시 충북표심을 향해 "충북의 딸"이라고 호소한 바 있다.

이런 동남4군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인 정연 씨와 2003년 결혼한 곽 변호사가 실제 출사표를 던질 경우 도내 총 11개 시·군 가운데 무려 4곳인 보은·옥천·영동·괴산에서는 순식간에 '노무현 대 박근혜' 프레임 속에서 사활을 건 총선전(戰)을 벌이고 나아가 도내 전역이 '노(盧) 대 박(朴)' 간 대결구도로 판 전환이 이뤄질 가능성이 적잖아 보인다.

곽 변호사가 결심하면 지원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나왔다. 이재한 전 민주당 동남4군 당협위원장은 19일 충청투데이와 통화에서 "정확히 들은 바는 없지만 당 내부에서 곽상언 변호사 출마로 정리를 한 것 같다"며 "만약에 곽 변호사가 출마를 하면 마음 같아선 도울 수 있는 일은 돕고 싶은데 피선거권이 박탈된 상태라…."며 말을 아꼈다. 그의 부친은 보은·옥천·영동에서 5선을 지냈고 고(故) 김대중 대통령과 '호형호제'한 것으로 알려진 이용희 전 국회부의장이다.

이 전 위원장은 "동남4군 군의장 4명 모두 민주당 소속이고, 4곳 중 2명이 민주당으로 당선됐다"며 "경쟁력 있는 후보자가 출마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내다봤다. 민주당에서는 성낙현 보은지역자활센터장, 김백주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강사가 예비후보로 등록을 마친 상태다.

그동안 사실상 '3선 독주'를 레이스를 펼쳐온 박덕흠 의원 측은 '마이웨이'다. 내부적으로는 의외의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계심을 나타내면서도 '반길 일'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박덕흠 의원은 "갈 길을 가면 된다. 누가 오든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며 "곽상언 변호사가 동남4군에 출마하면 좋겠다. 전국적으로도 주요 선거구로 부상하지 않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은 "문재인 정권에서 경제가 '폭망'했다. 동남4군 어디를 가봐도 못살겠다는 소리만 나온다"며 "무능한 정권, 경제심판론으로 승부를 보겠다"고 강조했다.

이민기 기자 mgpeace21@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