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드라마 1시간 훌쩍 넘고 경쟁사와 겹치기 편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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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인기 드라마, 예능이 속속 탄생하는 가운데 방송가는 치열한 편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 채널들이 드라마, 예능 가릴 것 없이 시청률을 사수하기 위해 '킬러 콘텐츠' 방송 시간을 늘리거나 변경하는 등 편성 경쟁에 합류하는 모양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SBS와 tvN 사이 벌어지는 미묘한 신경전이다.

SBS TV는 올해부터 월화드라마를 20분 빨리 편성해 9시 40분부터 방송하고 방송 시간도 기존 60분에서 80분으로 늘렸다.

올해 월화극 첫 타자 '낭만닥터 김사부2'가 한석규의 열연으로 시청률 20%를 목전에 두고 있는 가운데, 직격탄을 맞은 건 9시 30분부터 드라마를 방송해 온 JTBC와 tvN이다.

JTBC 월화드라마 '검사내전'은 4∼5%대 시청률을 유지해오다가 '낭만닥터 김사부2'가 방송을 시작한 뒤로부턴 3%대로 주저앉았다.

tvN 월화극 '블랙독'은 시청률이 눈에 띄게 하락하진 않았지만, 스토리가 몰입감이 있고 작품성도 호평을 받고 있음에도 4%대에서 정체돼 있다.

토요일은 상황이 정반대다. tvN 주말극 '사랑의 불시착'은 방송 시간을 1시간 이상 훌쩍 늘려 SBS TV 금토극 '스토브리그'와 겹치기 편성을 했다.

지난 11일 편성표 기준으로 '사랑의 불시착'은 9시 10분부터 10시 45분까지 방송했다. 10시부터 방송하는 SBS TV '스토브리그'와 최소 30분 정도가 겹친다.

다행히 장르도, 시청층도 달라 두 드라마는 각자 나름대로 시청률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사랑의 불시착' 방송 시간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

지난 12일 편성표 상으론 9시 10분부터 방송을 시작해 10시 55분에 끝났다. 광고 시간을 빼고 봐도 약 90분에 달해 웬만한 영화 러닝타임과 맞먹을 정도다.

편성 경쟁은 드라마와 예능 사이에서도 일어난다. 목요일엔 TV조선 '미스터트롯'이 KBS 2TV 수목극 '99억의 여자'와 혈투를 벌이고 있다.

주 2회 방송하는 드라마는 월요일보단 화요일이, 수요일보단 목요일이 시청률이 높은 게 정상이지만, '99억의 여자'는 목요일 시청률이 수요일보다 2%포인트씩이나 낮은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목요일 10시부터 약 2시간 30분 동안 방송하는 '미스터트롯'에 시청률 파이를 빼앗겼기 때문이다.

공희정 TV평론가는 19일 "방송사 간 경쟁의 룰이 바뀌고 있다. 예전엔 지상파들끼리 같은 시간대에 경쟁을 하다가 요즘 비지상파가 잘 되니 편성 법칙이 많이 흔들렸다"며 "방송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니 살아남기 위해선 이런 편성 경쟁을 어쩔 수 없이 선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상파 콘텐츠가 서브 케이블 채널에서 본방송 직후 바로 재방송되는 전략에도 주목하며 "격화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커버 범위를 넓히는 전략을 방송사가 계산하고 있는 것"이라고 봤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또한 "옛날처럼 방송 시간, 분량을 똑같이 가져가 경쟁했던 원칙이 깨지고 있다"며 "TV조선이 '미스터트롯' 하나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처럼 방송사가 처지에 맞게 편성전략을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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