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의 부장들'서 김재규 모델 중앙정보부장 연기
"'기생충'에 힘 보태려 아카데미상 투표할 것"

▲ [쇼박스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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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산의 부장들'에서 이병헌(50)은 감정을 꾹꾹 눌러 담는다. 말보다는 미세한 눈의 떨림, 가끔 일그러진 얼굴 근육, 굳게 다문 입술 등 표정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최근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이병헌은 "답답하리만치 계속 누르고 자제해야 하는 연기가 큰 어려움이었다"고 털어놨다.

그가 맡은 배역은 1979년 법 위에 군림한 권력 이인자인 중앙정보부장 김규평. 박정희 전 대통령을 암살한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실제 모델이다.

이병헌은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큰 사건이었고 실존 인물인 만큼, 개인적인 생각이나 감정을 더하면 안 될 것 같았다"면서 "시나리오 안에서 최선을 다해 연기하려 했다"고 되짚었다.

이병헌이 실존 인물은 연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에선 광해를, '남한산성'(2017)에선 이조판서 최명길 역을 맡았다. 아주 먼 역사 속 인물과 그 시대를 기억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은 근현대사 속 인물을 연기하는 일은 차원이 다르다.

그는 "우리 영화가 사실을 왜곡하거나, 역사적으로 여전히 미스터리한 부분을 규정하려 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면서 "그 때문에 그 어떤 촬영보다 조심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영화는 김규평 심리를 따라가며 그가 왜 총성의 주인공이 됐는지를 보여준다.

이병헌은 "이 영화의 진짜 매력은 우리가 겉으로만 알고 있는 사건에 깊숙이 카메라를 들이대 그 감정의 결들을 세심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선 세심한 연기와 심리묘사가 관건이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이 작품 감정이 충성과 배신, 애증과 같은 감정이 주를 이루는 영화 '달콤한 인생'(2005)과 닮았다"고 했다.

극 중 이성민은 박 전 대통령을, 이희준은 차지철 경호실장을 모델로 한 역할을 각각 맡아 외모부터 굉장히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준다. 반면 이병헌은 "외모보다는 인물이 가진 감정 상태와 심리를 닮으려고 최대한 애썼다"면서 "다큐멘터리나 실제 영상들, 이곳저곳에서 들은 증언들을 참고했다"고 말했다.

이병헌은 아카데미상 투표권이 있는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이기도 하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2016년 열린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 시상자로 무대에 올랐다.

이병헌은 올해 아카데미상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기생충'에 힘을 보태려 처음으로 투표를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국 영화가 101년이 됐는데, 기념비적인 사건이 생기면 이를 발판으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후배들에게는 매우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이병헌은 배우로서 강점을 꼽자 얼굴을 꼽았다.

"신인 때 방송국에서 드라마를 촬영하면 조명 감독들이 제 얼굴을 까다로워했어요. '그로테스크하게'(괴기스럽게) 보인다고 말하기도 하고, 짜증을 내는 감독도 있었죠. 하지만 세월이 흐르니 이제는 얼굴 각도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를 낸다고 하더라고요. 얼굴 골격 덕분인데, 그런 점은 배우로서 고맙죠."

지난달 개봉한 영화 '백두산'에서 북한 요원 리준평을 연기한 그는 한 달 만에 신작을 선보인 데 대해 기대감을 표시하면서도 "리준평 캐릭터를 좋아하는 관객들도 있을 텐데, 개봉 시기가 너무 붙어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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