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반 우리사회에서는 한창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면서 이런저런 실천운동이 확산되던 즈음이었다. 당시 이미 선진국 대열에 포함된 싱가포르는 어떨까하고 유심히 관찰했는데 당시만해도 아무런 조치나 매뉴얼 없이 쓰레기를 그냥 섞어서 버리고 방치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좁은 면적에 많은 인구가 밀집하다보니 환경오염에 남다른 의식을 가질 법도 하련만 그때까지는 거의 무방비 상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기야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50개 주마다 법이 다르지만 지금도 분리배출이나 재활용 개념이 대체로 희박하여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폐기물을 함께 버리는 지역이 많고 갖가지 1회용 플라스틱 제품이 넘쳐나는 것을 보면 땅덩어리가 넓어 매립하거나 소각할 공간이 충분하기 때문이 아닐까. 분리작업에 소요되는 인건비 보다 묻거나 태우는 비용이 덜 드는 까닭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국토면적이 협소한 우리나라에서는 지금보다 더 엄격과감하고 문자 그대로 전광석화(電光石火), 즉각적인 규제와 실천이 시급하다.

얼마 전 인도 남부 케랄라 주 코치라는 도시에서 해변 고급 아파트 두 동을 일거에 폭파시키는 뉴스가 주목을 끌었다<사진·연합뉴스>. 환경규정을 여겼다는 이유로 멀쩡한 아파트를 없앤 것은 해변에 무분별하게 들어선 건물들이 홍수피해를 키운다는 이유였는데 건축허가를 내준 공무원들에 대한 제재도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이런 과감한 조치가 일회성 전시 행정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데 요즘 인도의 'No Plastic'운동은 주목할 만하다. 우리도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나 스푼, 스티로폼을 비롯한 환경오염 물질 자제 풍조가 확산되고 있지만 에어 인디아 항공 등에서 헤드폰과 담요 포장을 비닐에서 종이로 바꾸고 플라스틱 수저를 나무로 바꾸는 등 미세하지만 의미 있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인도는 변화의 시동에는 마냥 시간이 걸리는 듯해도 일단 시작되면 앞뒤 가리지 않고 치고나가는 특성이 있는듯한데 우리나라에서도 꼭 필요한 개념이 아닐까 싶다. 기득권층의 저항, 무관심 계층의 비협조 그리고 이런저런 저간의 사정에 매이다 보면 환경 문제 해결은 요원해진다. 잠시의 불편을 지나면 이내 적응이 되는 까닭에 이제는 환경문제에서 만큼은 비정하리만치 과감한 조치가 요구된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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