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현 대전 대덕구청장

어느덧 제야의 종소리가 들리며 기해년(己亥年)에서 경자년(庚子年)으로 해가 넘어갔다. 신년이면 지나간 한 해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을 뒤로하고, 새해에 대한 설렘과 새로운 희망을 꿈꾸며 나름대로 다짐해보곤 한다.

정신없이 하루를 살아가는데 급급하다보면 가끔씩 삶의 방향을 잃기도 한다. 인생이라는 장거리 레이스를 의미 있게 이끌어가려면, 중간 중간 쉬면서 얼마나 달려왔나 되돌아보기도 하고, 앞으로 어떻게 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해볼 시점이 있다.

매년 새해 트렌드를 선정하는 트렌드코리아에서 올해 트렌드 중 하나로 '업글인간'을 제시했다. '업글'은 업그레이드의 줄임말로, 성공보다는 성장을 추구하는 가치관의 변화가 반영된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성공을 목표로 타인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러나 '업글인간'은 타인과의 비교나 경쟁보다는 개인의 행복을 중시하는 개념이다.

국내총생산(GDP)과 같은 경제적 성장이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뿐,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이제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시대의 트렌드에 부응해 이제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대덕구 새해 화두는 주민이 중심 되는 '주민행복 실현'이다. 지난해 주민참여를 기반으로 지역의 체질 개선을 위한 정책에 중점을 둔 것을 올해는 '주민행복 원년'으로 삼아, 오늘보다는 더 나은 행복을 추구하는데 무게중심을 두고 다양한 분야에서 주민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행복정책을 펼쳐나갈 계획을 세웠다.

이런 의미에서 올해 진행할 주민 행복실태 조사는 '새로운 대덕', '행복특구 대뎍'의 도약을 이끌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행복지표는 추상적 개념인 '행복'을 계량화해 측정하는 척도로, 주민의 실질적인 행복 체감도 향상을 위해 구정 전반을 측정·평가·개선하고 이를 토대로 행복도가 낮은 분야를 분석하고 보완해 주민 행복도를 높여나갈 방침이다.

지방자치 시대에 있어 필자가 그리는 풀뿌리 주민자치의 모습은 주민이 스스로 자신의 욕구를 깨닫고 그 욕구를 정책으로 구체화해 나가는 것이라고 본다.

지방자치 출범 20여년, 그동안 지역주민이 지역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자치의식의 발달을 가져왔다. 민·관 협치 정착을 위해 마을정책의 장기적인 목표와 비전을 공유하는 그룹인 '주민자치회'와 이들의 역할이 지역사회에 빠르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돕는 '동 자치지원관'에 대한 관심도 또한 자연스레 높아졌다.

물론 주민의 대표 기구로서 제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최종 목적지인 진정한 풀뿌리 주민자치의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 관문이다.

지방자치가 주민역량 강화를 통해 제대로 된 힘을 가지게 될 때 비로소 진정한 민주주의가 완성될 수 있다. 주민자치회가 주민의 삶이 달라지는 생활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플랫폼인 만큼, 지레짐작해서 색안경을 끼고 보기보다는 이들이 더 잘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독려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 아닐까 생각한다.

새해는 대덕구가 지역의 중심에 서서 변화를 이루는 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시작이 반'이란 말이 있다.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작은 소망은 노력한 만큼 성취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맹자 진심(盡心)편에 '민귀군경(民貴君輕)'이란 말이 나온다. '백성은 존귀하고 사직은 그 다음이며 임금은 가볍다'는 가르침에서 유래한 말이다. 나라의 근본이 되는 국민을 존중하고 받드는 풍토를 주창한 옛 성인군자의 사상을 다시금 깊이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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