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이상증상=전신질환 알리는 신호
안구 돌출-갑상선, 시력저하-당뇨
시야장애-뇌졸중, 붉은점-고혈압
누런 흰자위-간·담도질환 의심돼
주의…안과·다른과 진료 병행해야

▲ 김훈동 교수
▲ 김훈동 교수

도움말=김훈동 교수(순천향대학교 부속 천안병원 안과)

눈에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안과를 먼저 찾기 마련이다. 하지만 전신 질환으로 인해 눈에 이상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증상이 전신 질환을 알리는 신호가 될 수 있어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안구 돌출 - 갑상선기능항진증

안구 돌출은 대부분 그레이브스병으로 알려진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 원인이다. 이외에도 안와 봉와직염과 같은 염증질환, 안구 뒤 종양·출혈, 이상 혈관으로 인해 안구가 앞으로 밀려나올 수도 있다.

드물지만 갑상선 기능 저하증에서도 안구 돌출이 나타날 수 있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의 경우 외안근(눈을 움직이는 근육) 비대증과 안구 뒤쪽 지방세포 증가로 인해 안구가 돌출되고, 윗눈꺼풀이 말려 올라가며, 눈을 감기 힘들어진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에 의한 안구 돌출은 대부분 양안에 나타난다. 안구 돌출은 미용상 문제뿐만 아니라 외안근이 움직이지 않아 사시가 나타날 수 있고, 눈꺼풀이 감기지 않아 각막에 염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심한 경우에는 시신경 압박으로 시력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안구 돌출은 안구돌출계를 통해 정도를 측정하며, 18㎜ 이상 돌출되거나 양안 돌출 차이가 2㎜ 이상인 경우에는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돌출이 심하지 않다면 약물치료 및 경과관찰을 할 수도 있지만 심하면 사시수술, 안와 감암술과 같은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안구 돌출 증상이 나타난다면 안과뿐만 아니라 내분비대사내과 진료도 병행해야 하며, 정기적인 갑상선 기능 검사로 갑상선 호르몬 수치의 변화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시력저하 - 복시·당뇨망막병증

우리나라 실명 원인 1위는 당뇨망막병증이라 불리는 당뇨합병증이다. 망막은 안구 가장 뒤편에 있는 얇고 투명한 신경조직이며, 망막혈관을 통해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는다. 하지만 당뇨병으로 인해 망막의 모세혈관이 손상되면서 혈관이 협착되거나 출혈이 발생하고, 결국에는 혈액순환 장애에 따른 허혈로 망막 내 세포가 위축되면서 시력 저하로 이어진다.

당뇨병 환자 대부분은 아직 시력이 괜찮으니까 당뇨합병증이 없다고 안심하기 쉽다. 당뇨망막병증으로 시력 저하가 진행되면 치료를 하더라도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매년 정기적인 안과검진이 필수며, 조기에 진단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무엇보다 혈당조절이 중요하기 때문에 내분비대사내과 진료를 병행해야 한다.

이외에도 당뇨병 환자는 간혹 외안근 마비로 복시가 생길 수 있다. 대부분은 약 3개월이 지나면 증상이 호전되고, 외안근 운동장애가 회복되지만, 중추신경계 장애가 동반될 수 있어 신경과 또는 신경외과 진료를 함께 보는 것이 좋다.

◆일과성 흑암시 - 혈관협착, 혈전

일과성 흑암시란 통증 없이 양쪽 또는 한쪽 눈에서 일시적인 시력소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가끔 시야 전체가 검은 커튼을 치듯 가려지거나 어둡게 보였다가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는 증상을 보인다. 증상은 몇 초, 몇 분 정도 짧게 지속된 후 좋아지지만, 몇 시간 정도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일과성 흑암시의 원인은 다양하다. 동맥경화에 따른 경동맥(목동맥) 협착, 심장에서 생성된 혈전 등에 의해 눈으로 가는 혈관이 일시적으로 막히는 등의 원인으로 발생하며, 거대세포 동맥염, 루푸스와 같은 혈액순환장애를 유발하는 질환, 혈액의 점성이 높아지는 혈액질환에 의해서도 나타난다. 시신경염, 압박성 시신경병증의 증상으로도 생길 수 있다.

병명에서 알 수 있듯이 대부분은 저절로 호전되기 때문에 특별한 치료법이 있진 않고, 혈전용해제를 복용하면서 경과관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동맥경화 등 혈액순환 장애가 심해진다면 영구적인 시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정기적인 안과 진료가 필요하다.

◆시야장애 - 뇌졸중·뇌하수체종양

우리는 정면을 보면서도 주변에 위치한 물건을 확인할 수 있다. 코쪽은 60도, 귀쪽은 107도, 위쪽 70도, 아래쪽 80 정도의 시야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임상적으로 중요한 시야 범위는 중심으로부터 약 30도다. 이러한 시야 일부 또는 전체가 보이지 않는 증상을 시야장애라고 한다.

시야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대표적인 안과질환이 녹내장이다. 하지만 뇌혈관의 혈액순환 장애로 인한 뇌졸중과 뇌 속의 시신경 일부가 뇌하수체종양에 의해 눌리면서 시야장애가 발생할 수도 있다.

원인에 따라 시야장애가 한쪽 또는 양쪽 눈에 나타날 수 있으며, 시야검사를 통해 시야장애가 침범한 눈이 어느 쪽인지, 어느 범위만큼 침범했는지 알 수 있다. 녹내장으로 인한 시야장애와 뇌혈관 협착, 뇌하수체 종양 등으로 인한 시야장애는 서로 다른 양상이기 때문에 감별진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뇌혈관이 협착된 위치, 종양의 크기나 위치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시야장애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안과 진료뿐 아니라 뇌 CT, MRI 등 영상학적 검사를 포함해 신경과, 신경외과 진료도 반드시 필요하다.

◆충혈, 통증 - 자가면역질환

면역체계는 외부에서 침입한 병균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키는 세포와 항체들로 이뤄져있다. 하지만 이 항체가 우리 몸의 정상 조직을 병균으로 잘못 인식하고 이로 인해 몸의 여러 곳에 염증이 나타나는 것을 자가면역질환이라고 한다. 자가면역질환은 류마티스관절염, 강직성 척추염, 전신홍반루푸스, 베체트병 등을 총칭하는 용어다.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으로 눈에도 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 눈 속에 생기는 염증을 포도막염이라고 한다. 강직성 척추염, 베체트병의 경우 재발이 잦고 심한 포도막염이 동반될 수 있다. 심한 경우에는 시력저하와 실명을 유발할 수 있다.

포도막염의 증상에는 충혈, 안구 통증, 뿌옇게 보이는 양상의 시력저하 등이 있다. 안과 진료를 통해 포도막염 동반 여부를 확인해야 하며, 필요시 류마티스내과 진료도 병행해야 한다. 대부분의 자가면역질환 환자는 안구건조증이 동반되며, 이물감, 통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때는 인공눈물약 점안치료가 필요하며, 심한 경우에는 눈물길을 막아 눈물을 고이게 하는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눈 붉은 점 - 고혈압

눈이 빨개져 병원을 찾는 환자의 대부분은 결막으로 불리는 흰자위가 붉게 되는 경우다. 하지만 결막 충혈과 결막하 출혈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충혈은 혈관이 확장돼 흰자위가 붉게 보이는 것이며, 결막염(눈병), 각막염, 포도막염 등의 염증 질환에서 흔히 동반된다. 반면 결막하 출혈은 결막혈관이 터져 피가 난 상태로 흰자위 아래 공간에 피가 고인 것이다.

결막하 출혈의 원인은 다양하다. 외상이 있거나, 이물질이 눈에 튄 경우, 눈을 심하게 비빈 경우, 무거운 짐을 드는 과정이나 기침·구토 같이 일시적으로 복압이 올라가는 경우에 나타날 수 있다. 평소 혈전용해제를 복용하거나 고혈압이 있는 환자도 결막하 출혈이 발생하기도 한다.

결막하 출혈은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자연적으로 흡수되기 때문에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진 않다. 하지만 출혈 흡수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출혈량에 따라 흡수되는 시간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보통 2주 정도 소요되며 한 달 가량 걸리는 경우도 있다. 결막하 출혈이 자주 발생한다면 지혈이 잘 되지 않는 특정 혈액질환이 있는지 종양혈액내과 진료를 보는 것이 좋고, 혈전용해제를 복용 중이라면 심장내과를 통해 약물 용량 조절이 필요할 수도 있다.

◆누런 흰자위 - 황달, 간·담도질환

흰자위가 노랗게 보이면 황달을 의심할 수 있다. 혈색소(헤모글로빈)와 같이 철분을 함유하고 있는 특수한 단백질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빌리루빈이라는 물질이 생성된다. 빌리루빈이 필요 이상으로 과다하게 쌓이면서 노랗게 착색이 일어나는 질환이 황달이다.

이처럼 빌리루빈 양의 과도한 증가와 간에서 대사되거나 담즙으로 배출되는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황달이 나타나고, 피부와 흰자위가 노랗게 변한다. 심한 경우에는 중추신경계 침범으로 영구적인 장애를 유발하기도 한다.

흰자위가 노랗게 착색돼도 다른 안과적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는 드물다. 시력은 대부분 유지되며, 안구 내 큰 이상을 일으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황달 증상이 나타나면 소화기내과 진료를 통해 간·담도질환을 감별하고 그에 따른 치료가 필요하다.

◆검은자위 흰 테두리 - 고지혈증

노인의 눈을 육안으로 자세히 보면 검은자위(각막) 주변을 360도 돌아가며 존재하는 흰색 침착물이 보일 수 있다. 이를 노인환이라고 한다. 흰색 침착물의 성분은 인지질 또는 콜레스테롤로 알려져 있다. 연령이 증가할수록 노인환의 두께가 더 두꺼워지지만, 시력에 영향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어 제거하는 치료를 하진 않는다.

50세 이전 노인환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조절되지 않는 고지혈증이 있을 수 있다. 이는 심뇌혈관계 질환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안과 진료뿐만 아니라 내과 진료도 병행해야 한다.

눈에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고 해서 반드시 눈에만 국한돼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전신 질환에 의해 눈에 이상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안과 진료뿐만 아니라 원인 질환 치료를 위해 다른 진료과 진료를 병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전신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라면 눈 관련 증상이 악화되진 않는지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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