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현 금강대학교 대학원장

한국은 2000년 총인구 4701만 명 중 65세 이상의 노인인구가 339만 명에 도달해 노인인구 비율이 7%를 초과함으로써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2017년 8월에는 총인구 5097만 명 중 노인인구가 714만 명에 이르러 그 비율이 14%를 초과한 '고령사회'에 접어들었으며, 2019년에는 노인인구가 800만 명을 넘었다. 이러한 추세라면 2025년경에는 노인인구가 1000만 명에 달함으로써 노인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20%를 넘어서 '초고령사회'가 될 전망이다.

이러한 인구 고령화의 주된 원인으로는 일반적으로 소득향상에 따른 생활수준 개선과 평균수명의 연장 요인을 들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급격한 출산율 저하로 인한 '유소년 인구 감소' 요인이 중첩되고 있다는 점에서 인구 고령화의 심각성이 있다. 평균수명(신생아의 기대여명, 기대수명)의 연장과 급속한 출산율 저하는 결과적으로 생산가능연령(15~64세)인구의 감소 및 노인부양비 증가와 사회보장시스템의 재정악화 등 사회문제로 이어진다.

2019년 기준 한국의 신생아수는 30만 명 수준에 불과하지만 노인인구는 2017년 유소년인구(0~14세)를 초과해 2030년에는 유소년인구의 2배에, 2060년에는 4배 정도가 될 전망이다. 생산가능연령인구도 2018년 3765만 명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2060년에는 2000만 명 이하가 될 것으로 보여 국가성장동력이 약화되는 문제가 예상된다. 따라서 전체인구를 나이순으로 줄 세웠을 때 한 가운데 위치하는 평균연령 혹은 '중위연령(中位年齡, median age)'도 1980년 21.8세에서 2015년에 40.3세를 넘어 2019년 기준으로 42.6세가 됐다. 그리고 2030년 46.3세, 2040년 50세, 2065년 62.2세에 도달할 것으로 보여 한국의 저출산 고령화 추세는 결국 '늙은 사회'로의 이행을 뜻하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1970년도 노년부양비는 5.7%이었지만, 2008년 14.3%, 2020년 22.1%, 2030년 38.6%, 2040년 57.2%로 꾸준히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 산업화 시기에는 전체 인구에서 생산가능연령인구 비율이 증가하면서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는 인구보너스 효과 혹은 '인구배당효과(demographic dividend effect)'가 있었던 것에 비해 2000년대 이후에는 급속한 고령화로 '인구세(demographic tax)'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으로 전환되고 있다. 다시 말하면 풍부한 인적자원을 활용하여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이뤘던 '인구보너스(bonus·혜택)' 시대를 마감하고, 생산가능연령인구 비율이 감소함으로써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인구오너스(onus·부담)' 시대로 접어들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인구오너스 시대의 노인들은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늘어난 노후시기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될 수도 있다. 고령사회의 노인은 노후생활에 필요한 비용이 늘어나지만 소득수준은 저하돼 빈고(貧苦), 병고(病苦), 무위고(無爲苦), 고독고(孤獨苦)라는 이른바 노인의 4고(四苦)가 더욱 커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른바 100세 시대에서는 자식세대의 노인부양의식이 저하되고, 사회적으로도 노인고용제도, 연금제도, 사회보장제도 등이 취약해지기 때문에 노인들은 '셀프부양시대'로 내몰리게 되는 것이다. 이는 2019 고령자통계에 나타난 '부모부양에 대한 의식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나는데, 37.1%가 가족과 정부·사회가 부모부양을 책임져야 한다고 응답하고 있고, 그 다음은 가족(29.7%), 부모 스스로 해결(24.9%) 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셀프부양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의 근거는 2019년 12월 발간된 OECD ‘한 눈에 보는 연금 2019’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이 자료에서는 한국 남성노인의 경우 72.3세에 완전히 은퇴해 12.9년 정도의 기대여명을 가지며, 여성노인은 72.3세에 완전히 은퇴해 그 이후의 기대여명은 16.3년으로 나타난다. 이는 OECD 회원국의 평균은퇴연령이 남성 65.4세, 여성 63.7세이며, 은퇴 후 기대여명이 각각 17.8년과 22.5년인 것에 비하면 한국 노인들이 소득을 위해 일해야 하는 시기가 훨씬 긴 반면에 은퇴 후의 기대여명은 짧다. 심지어 70~74세 한국노인의 2018년도 경제활동참가율은 35.3%로, OECD 회원국가의 평균인 16.2%의 2배를 상회한다.

한국노인이 OECD 회원국들과 비교해서 더 오랜 기간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이유 중 하나는 노인의 소득빈곤율이 43.8%로서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다는 점과 상관이 있다. 전체노인의 43.8%가 중위소득 50%미만의 저소득으로 생계유지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초고령노인 연령이 될수록 소득빈곤율이 더 높아져서 76세 이상 노인은 56% 정도가 빈곤계층에 속하기 때문에 100세 시대 노인들의 셀프부양문제는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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