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당연함이 특별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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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당연함이 특별한 이유
  • 충청투데이
  • 승인 2020년 01월 14일 16시 47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1월 15일 수요일
  •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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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경 청주시 흥덕구 민원지적과 팀장

어느 날 고등학생인 딸아이가 물었다. "엄마, 요즘 배려받고 있다고 느낀 순간이 있었어요?"

아이 질문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 특별히 배려받고 있다고 생각된 것도 없고 그렇다고 불편함을 느끼는 것도 없었다. 평범한 일상 즉 익숙함이었다. 일상생활 속에서의 배려는 뒷사람을 위해 문 잡아주기, 버스 등 공공장소에서 쩍 벌려 앉지 않기,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떠들지 않기, 휴대폰 전화벨 소리 크게 하지 않기, 식당에서 식사 후 의자 바르게 탁자 안으로 정리하기, 노약자에게 자리 양보하기 등이 있겠지만 필자는 "야간 운전 신호 대기 중 하향등을 미등으로 바꿔주는 운전자의 행동"이라고 말했다.

며칠 전 별반 다르지 않은 퇴근길이었다. 운전 중 신호에 걸려 습관적으로 하향등을 미등으로 바꾸고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렸다. 뒤를 따르던 차가 버스였기에 눈부심이 심할 것을 염려해 사이드미러를 접으려 했으나 평상시와 다름을 알 수 있었다. 그건 뒤차도 하향등을 미등으로 바꾸고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평상시 야간 운전 신호 대기 중 뒤에 있는 차종이 차대가 높은 RV 차량이거나 버스와 같은 대형차면 뒤차에서 비추는 전조등의 밝은 빛을 차단하기 위해 필자는 곧잘 사이드미러를 접곤 했다. 하지만 그날은 뒤차 운전자의 배려로 편안히 신호를 기다릴 수 있었다.

요즘 차는 전조등에 오토 기능이 있어 전조등을 오토로 놓고 운전하는 운전자가 많다. 오토 기능은 운전자가 직접 오프, 미등, 하향등의 순서로 조작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켜지고 꺼지니 참으로 편리한 기능이다.

오토 기능이 없던 시절에는 운전자가 직접 오프, 미등, 하향등 순서로 조작하기에 번거로웠지만 주행 중 신호에 걸리면 하향등을 미등으로 내리는 행동은 당연시되던 시절이었다. 예전의 당연함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요즘은 신호 대기 중 하향등을 미등으로 내리는 행동을 하는 차량이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인기 프로그램인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에 출연하는 아제르바이잔에서 온 삼인방 친구들이 한옥을 관찰하며 가옥 입구의 낮은 문을 보고 한 말이 생각난다.

한 친구가 "한국인의 키가 작아서 입구가 낮은 것 같다"라고 말하는데 다른 친구는 "내 생각에 집으로 들어갈 때 존경의 표시로 인사하고 들어가는 것 같아"라고 시범을 보이며 설명하는 장면이 나온다.

한 번도 한옥 대문의 입구가 낮은 것에 대해 특별한 생각을 하지 않았던 필자는 정확한 이유를 떠나 존경의 표시로 인사하고 들어가는 것 같다는 외국인의 말에 부끄러움과 그럴 수도 있겠다는 특별한 생각을 하게 됐다.

새해 첫날 뉴스에서 대통령이 '2019년을 빛낸 의인' 7명과 함께 경기도 구리 아차산을 등반하며 경자년(庚子年) 새해 첫날을 맞이한 기사를 봤다. 함께한 7인의 의인들은 말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당연한 행동이었다고, 특별할 게 없다며 겸연쩍어한다. 하지만 그 당연함이 우린 특별하다.

당연함이 특별한 이유는 당연하다는 이유로, 익숙하다는 이유로 함부로 행하든지 아니면 행하지 않는 행동을 그들은 행동으로 보여주고 그 행동이 배려로 읽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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