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미 백석대학교 학사부총장

공명조(共命鳥)는 몸통 하나에 머리가 두 개 붙어 있는 전설의 새이다. 비록 몸은 하나라도 머리가 두 개이다 보니 생각과 행동이 다르게 나타났다. 한 머리는 낮에 일어나는 반면 다른 머리는 밤에 일어났고, 한 머리의 노래 소리가 다른 머리에게는 소음이기만 했다. 이는 결국 갈등과 질투를 불러왔고 마침내 한 머리가 다른 머리의 먹이에 독이 든 열매를 몰래 둬 죽게 했다. 한 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남아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뿔싸… 독이 퍼진 순간 그 독을 먹인 머리까지도 죽음을 맞았다.

교수신문은 2001년부터 매년 말 그 해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를 선정해왔다. 2019년 사자성어는 ‘공명지조’로 발표됐다. 공명지조란 어느 한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공멸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9년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를 추천한 최재목 영남대 교수(철학)의 말을 우리는 귀담아 들어야 한다.

“한국의 현재 상황은 상징적으로 마치 공명조를 바라보는 것만 같다. 서로를 이기려고 하고, 자기만 살려고 하지만 어느 한 쪽이 사라지면 죽게 되는 것을 모르는 한국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이 든다”고 했다.

오늘날 한국사회를 바라보며 갖는 안타까움이야 어디 최 교수뿐이겠는가? 보수와 진보로 쫙 갈라져서 서로 손가락질하면서 으르렁거리는 모습은 안타까움을 넘어 심한 우려를 낳고 있다. 보수도, 진보도 결국은 다 좋은 나라를 만들자는 것일진대 왜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미워하고 시기하고 의심하는가?

이렇게 갈라져서는 아무런 결과도 만들 수 없다. 함께 가야하는 여정에서 서로 네가 문제라고 손가락질만 하고 있으니 도대체 일이 해결되질 않는다. 더 슬픈 일은 이 모습이 정치인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치가 두 거대 정당을 중심으로 나뉜 것은 그렇다 쳐도 여기에 국민들까지 가세해 편싸움을 키우고 있다.

어린아이들도 일찌감치 학교에서 자신과 다른 이들을 이해하고 그 차이를 인정하며 대화와 토론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배운다. 기성세대가 문제라고 여기는 청소년들 역시 이미 싫존주의(싫은 것도 존중하자는 의미)를 주장하고 실천하고 있다. 어른들이 문제인 게다.

공명조의 반대말로 비익조(比翼鳥)가 있다. 비익조 역시 전설의 새인데 암수가 각각 한 개의 눈과 날개만 갖고 있어서 짝을 짓지 아니하면 혼자서는 결코 날 수가 없다. 그렇게 온전치 못한 둘이 서로를 의지한 채 각자의 부족한 눈을 모아 함께 앞을 보고 부족한 날개를 퍼덕여 함께 하늘을 나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벌써 가슴이 벅차다. 이게 바로 몇 년 전 IMF 때 각자 장롱 속에 묻어뒀던 작은 금붙이를 들고 나와 함께 국가적 위기를 극복했던 우리 민족의 감격스런 모습이 아니었던가.

공명지조를 말하면서 최 교수는 “분열된 우리 사회가 부디 대승적 일심(一心)의 큰 ‘한 몸’을 함께 살려갔으면 하는 바람”을 덧붙였다. 올해는 우리 모두 이 바람을 실현하자. 하나가 되어 어려움을 극복했던 옛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자.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공명조 아닌 비익조가 되도록 지혜를 모으자. 미워하고 다투기 보다는 한 푯대를 향해 가는 공동체로서 우리 함께 마음 모아 날아오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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