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탁구'·'하이킥' 이후 10년째 검증받는 중"

▲ [모아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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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아요, 역할 1개도 제대로 못 하는데 2개를 한다는 게. 하지만 연기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너무 즐거워요. 2가지 악기를 동시에 하는 것 같아서 재밌었어요."

최근 종영한 tvN 수목극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는 여러모로 독특한 작품이었다. 서스펜스와 코믹, 이질적인 두 장르를 섞은 점이 그랬고, 남들에게 무시당하는 '호구' 주인공이 자신을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성격장애) 연쇄살인마라고 착각하는 설정 또한 그랬다.

배우 윤시윤(34)은 이 드라마에서 증권사 직원 육동식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사이코패스 같지만 사실은 사이코패스가 아닌, 이중적인 역할이었다. 시청률은 방영 내내 1∼2%대를 맴돌아 잘 나왔다고 할 순 없지만 윤시윤 연기는 호평을 받았다.

윤시윤은 13일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라운드인터뷰에서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장르극이면서 코믹극이라 쉬운 장면이 없었던 것 같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배우들의 '로망'인 사이코패스 연기에 대해서는 "부담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사이코패스 연기는 독이 든 성배일 수 있어요. 사이코패스 캐릭터를 거쳐 간 선배들 연기가 기라성 같잖아요. 전 '착각'이라는 독특한 설정이 있어서 제가 사이코패스다운 행동을 할수록 사람들은 웃게 돼요. 그게 메리트였고 큰 부담은 없었어요."

그는 자신만의 사이코패스 특징에 대해 '어설픔'이라고 요약했다.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는데, 극 중 동식이는 '사이코패스라면 이럴 것이다'라는 고정관념을 연기해요. 최대한 뻔하고 어설플수록 동식의 연기가 빛을 발한다고 생각해요. 어설프고 허접스러운 사이코패스였죠."

그는 저조했던 시청률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작년 방영한 드라마 중 최고시청률을 기록한 KBS 2TV '동백꽃 필 무렵'과 맞붙어 대진운이 불운했던 것에 대해서도 "재밌으면 다 찾아보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주연 배우로서 책임감의 문제죠. 죄송해요. 다음 드라마에선 채널을 돌리지 않게끔 만들 수 있는 힘을 갖는 배우가 돼야겠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 힘은 배우로서의 인기가 아니라 결국엔 연기적 신뢰에 달려 있고요. 또 부끄럽지 않게 작품을 한 것에 대해는 격려를 해줘야 하지만, 대중의 평가는 정확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 같아요. 유튜브가 있어서 시청률 10% 넘기 힘들다지만 잘 되는 드라마들이 있잖아요. 재밌으면 돼요. 재밌는 건 늘 재밌는 것 같다. 최선을 다한 건 손뼉을 쳐야 하지만 부족한 스코어는 철저히 자기반성을 하고 다음엔 그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는 작년에 SBS TV '녹두꽃'까지 드라마만 2편을 했다. 2016년 제대 후 쉬지 않고 '열일'하는 배우로도 꼽힌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집에 가서 할 생각 하지 말라고 하잖아요. 마찬가지로 연기력이 느는 건 작품을 할 때인 것 같아요. 어떻게 쉬어야 잘 쉬는 건지 모르겠어요. 자신도 없고요. 작품을 (꾸준히) 하는 게 퇴보하지 않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연기를 너무 잘하고 싶은 사람이거든요."

지난해가 데뷔 10년 차였다는 그는 지난 10년을 "검증받는 시간이었다"라고 표현했다.

"돌이켜보니 데뷔 초 혜성처럼 나타나 말도 안 되는 엄청난 복을 받아버렸더라고요. '지붕뚫고 하이킥'과 '제빵왕 김탁구' 후 10년은 받은 복에 대해 검증받는 단계였던 것 같아요. 그 두 작품의 흥행 덕분에 계속 기회를 받은 것 같고요. 어느 순간에는 그 검증이 끝날 텐데, '더 이상 이 배우는 못 쓰겠다' 하는 순간이 오지 않도록, 지금도 작품마다 최선의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 것 같네요."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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