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흑사병’으로도 불리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국내 첫 발병 이후 가축위기경보 ‘심각’ 단계가 120일째 이어지고 있다.

해를 넘기면서 방역 당국과 양돈업계는 발병 이후 첫 명절을 맞이하게 됐고 그 사이 숱한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ASF 국내 발병의 원인은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고 백신 역시 개발되지 않으면서 농가의 한숨은 짙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국내 양돈산업의 메카로 불리는 충남에서 돼지를 기르는 농장주들은 경기지역에서 남하하는 ASF를 지켜보며 애간장을 태우기도 했다.

첫 발병 이후 초기 상황이 지침대로만은 흘러갈 수 없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당시 충남도가 전시에 준하는 방역 태세에 돌입했지만 막상 경기지역 살처분 현장에는 도내 거주하는 외국인 등 일용직 노동자들이 대거 투입됐고 정부 지침은 무용지물이었다.

긴급행동지침(SOP)상 투입 인력의 신원과 연락처를 확인해야 하고 거주지 관할 지차체에도 지체 없이 통보해야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이미 한 차례 근로자들이 현장이 투입되고 거주지로 복귀한 뒤에서야 이러한 사실이 경기지역 지자체의 통보도 아닌 지역민 등의 제보를 통해 파악돼 파문이 일었다.

살처분 관할 지자체는 긴급한 현장 상황과 인력 수급의 어려움으로 불가피했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오히려 지침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ASF가 접촉을 통해 확산되는 만큼 현장 투입 인력을 ‘가장 큰 위험 요소’로 규정했고 양돈업계에서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즉각 반발했다.

이는 도의 여러 정책 건의로도 이어졌지만 차후에 진행될 지침 보완까지는 뚜렷한 답변을 기대할 수 없는 상태다.

이밖에도 ASF 사태 이후 전국 각지에서 지자체의 건의와 함께 언론 등을 통해 갖가지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지침이나 계획만으론 상황을 완벽하게 통제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줬다.

다행히 지난해 10월 이후 3개월 이상 ASF 농장 추가 발생이 일어나지 않으면서 허점을 보완할 시간은 주어졌다.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각 지자체와 현장의 목소리를 더욱 반영하고 '불가피하게 지킬 수 없었다'는 해명이 뒤따를 수 없는 지침이 마련되길 기대해본다.

조선교·충남본부 취재담당 missi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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