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우 ETRI 신인증·물리보안연구실장

2016년 3월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라는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과 이세돌 9단이 5번기 친선대국을 펼쳤다. 필자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아직 바둑은 사람한테 안 될꺼야’라는 근거 없는 예단을 내리고 이세돌 9단의 압승을 예상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알파고의 4대1 승리로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아마 이를 계기로 인공지능, 딥러닝이라는 용어가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인공지능의 하나인 신경망 기술은 아주 오래전부터 연구가 돼 왔으나 2010년 이후에서야 하드웨어(HW)의 발달로 고속처리가 가능해지면서 급속도로 현실화 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자율주행차, 스피커, 온라인 쇼핑몰, 스마트폰, CCTV 등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되지 않는 분야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 년 전에는 ETRI가 개발한 ‘엑소브레인’이 장학퀴즈에서 압도적 점수 차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낫다는 얘기도 조금씩 나온다. 과연 그럴까? 페이스북(Facebook)에서 개발한 얼굴 인식 인공지능 기술인 ‘딥 페이스(DeepFace)’는 사람의 얼굴 인식 수준인 97.53%에 거의 접근했다고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단순히 몇 백만 장의 얼굴인식용 사진만으로 측정한 성능 수치가 인공지능 기술의 수준을 정확하게 나타낸다고 장담할 수 있을지 필자는 의문이 든다.

인공지능이 전적으로 의존하는 학습 데이터는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의 예측 불가능한 무한한 가능성을 모두 포함할 수 없다.

때문에 만일 스스로가 미지의 영역을 판단하고 추론하지 못한다면 융통성 없는 편협한 지능으로 남을 것이다.

인공지능 스스로가 지식을 습득하고 이해하는 완전한 비지도 학습(Unsupervised Learning)의 실현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과연 알파고를 진정한 인공지능이라고 할 수 있을까? 현재 연구되는 인공지능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사람과 달리 하나의 지능이 다양한 생각을 못 한다는 점이다. 최근 이러한 범용 인공지능(AGI :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현재의 딥러닝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심지어 인공지능(AI)을 인공바보(Artificial Idiot)라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특정 분야에서는 오히려 사람 수준을 넘어서기도 한다. 즉 대규모 데이터 분석뿐만 아니라 정보 복원, 미래 예측 등 불완전한 기억에 의존하는 사람의 단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인공지능의 단점을 극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점을 극대화하는 전략도 반드시 필요하다. 인공지능의 가장 훌륭한 롤 모델은 바로 ‘사람’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미 전 세계에 60억 개가 넘는 가장 우수한 자연지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인공지능을 만드는 노력을 하고 있다.

20년 후인 2040년이 되면 인류의 지능을 넘어서는 새로운 인공지능이 탄생할 수 있을지 과연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는 마음으로 두고 볼 일이다. 현실 세계의 애매한 상황에 가장 똑똑하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은 최소 아직까지는 인공지능이 가질 수 없는 ‘인간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