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대덕특구 연구원 퇴직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이들의 폭넓은 전문지식과 연구개발 노하우를 제도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은 아직도 저조하다. 지난 연말 대덕특구에서만 234명이 은퇴했고, 올해 퇴직자는 300명에 육박한다. 2022년까지 1000여명이 대덕특구를 떠난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입국의 주춧돌을 놓았던 국가 R&D의 핵심 인적 자산이 속절없이 사장될 판이다.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이다.

은퇴과학자들의 사회참여 유형을 보면 과학 대중화 프로그램의 하나로 일선 학교나 시민 대상의 멘토 입장에서 지식을 기부하는 형태로부터 중소기업 기술자문, 기초연구 및 연구협력 지원, 창업활동 등 다양하다. 은퇴과학자가 평생 동안 외길 속에서 쌓아온 과학적 경륜을 우리 사회에 환원한다는 건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관련 프로그램에 실제 참여하는 인원은 극히 제한적이다. 우리 사회가 은퇴과학자 활용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실효성 있는 시스템 마련에는 역부족인 탓이 크다.

예컨대 대전이 '과학기술도시'라는 정체성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대덕특구가 우리나라 국가 R&D의 중심축으로서 과학기술을 선도해왔다는 성과와 자부심에서다. 대전시가 지자체 단위로는 전국 처음으로 과학기술인 활용사업에 발 벗고 나선 이유다. 한 때 '도심 속의 섬'으로 불리었던 대덕특구와의 단절된 정서의 벽을 뛰어넘기 위해 끊임없이 소통과 교류를 통해 거리감을 좁혔고 이제 대덕특구의 역량과 접목, 대전의 미래, 지역 혁신성장 기반을 견인하는 프로젝트를 모색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대덕특구 기반의 산·학·연·관 네트워킹은 괄목할 만한 인프라다. 우수 과학기술 인프라를 공유·활용할 수 있는 가치사슬로 승화시키는 건 시대적인 패러다임이기도 하다. 일본의 한국수출규제로 우리나라 기업이 위기에 처하자 대덕특구의 기술자문이 소재·부품·장비산업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지 않은가. 은퇴과학자가 한몫하고 있음은 익히 다 아는 바다. 우수벤처 창업의 스타트업 프로젝트에서도 마찬가지다. 은퇴과학자 활용방안은 무궁무진하다. 이들을 유효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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