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재 대전보건대 교수

인간의 이기심은 역사적으로 도덕적 질타의 대상이었다. 마크 트웨인은 누구나 칭송하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 국부론이라고 했다. 그러나 국부론 저자 아담 스미스는 재미있는 현상을 목격한다. 농부가 다른 사람을 돕겠다는 의사가 전혀 없이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데 여기서 나온 잉여 농산물이 다른 사람의 식탁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한비자도 일찍이 인간의 이기심을 간파하고 전쟁터에 나가 적군의 수급을 많이 베어 오는 실적에 따라 신분 상승의 기회를 줬고 오늘날 무한경쟁 시대를 이끄는 신자유주의 토대가 됐다.

아담 스미스와 한비자가 주장하는 인간의 이기심을 군주는 적당히 자극해 무한경쟁을 시키고 너무 지나치다 싶을 때 법으로 적당히 통제하면 된다는 법가사상이 생겨나게 됐지만 결국 한비자도 법가제도 속에서 목숨을 잃게된다.

얼마전에는 서류상 스펙만 있다면 좋은 대학에 갈수 있다는 인간의 이기심을 자극하는 헐렁한 제도를 만들어놓고 나라 전체를 블랙홀로 빨려 들게 한적이 있다. 인간이 가진 이기심과 빗대어 훔칠 기회가 눈앞에 있으면 도둑이 되는 거고, 훔칠 기회가 없으면 선량한 시민 되는 거 아니냐는 잣대를 대보니 한동안 온 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블랙홀 정국에서 나타난 문제 해석이 가능해진다.

그래, 나한테 돌아오는 이득이 뭔데? 일찍이 한비자는 의원이 환자의 피고름을 입으로 빨아내는 건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명성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설파했다. 뱀을 극단적으로 혐오하면서도 뱀과 흡사하게 생긴 뱀장어를 먹는 비용을 아낌없이 지불하는 건 은근히 남성성을 자랑하고 싶은 카사노바적 성향을 지닌 사람의 이기심 때문이하고 한다.

올해 음력 4월이 윤달이다, 윤달에 부모님 수의를 장만하면 장수한다는 속설에 미리 수의를 장만해 두지만 부모님께 펼쳐 보이고 장수를 기원하기보다는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값비싼 수의를 준비했다”며 자신의 효심을 자랑하는 이기심이 목적이라고 한다면 너무 지나친 비약일까?

자동차 회사 사장은 온 국민이 전부 잘살기를 바란다. 장례식장 사장은 더많은 사람이 죽기를 바랄거다.

자동차 회사 사장은 자비롭고 장례식장 사장은 덜 자비롭기 때문일까? 잘 사는 사람이 많아야 자동차를 자주 바꿀 꺼고, 사람이 죽어야 장례식장 사장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이기심 때문이다.

미뤄 볼 때 우주의 모든 경제 개념의 모체는 인간이 가진 이기심과 비용편익이다, 어떤 행위든 소요되는 비용보다 얻을 수 있는 부가적 이익이 클 때 인간의 이기심과 비용편익 원칙이 합리화된다고 한다. 이 얼마나 간단한 원리인가?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든 국방의 의무를 지고 있다. 그러나 일을 해도 가장 열심히 할 때고, 공부를 해도 가장 열심히 할 20대 초반을 군에서 썩는다는 게(?) 국가 안보야 어찌 되건 개인적으로는 분명히 손해이니까 이기심을 자극하는 비용편익 원리를 철저히 적용 하는거다.

해가 바뀌자마자 벌써부터 총선 분위기로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3개월 뒤면 제21대 국회위원을 뽑는 선거가 치르어진다.

선거 연령이 18세로 낮아졌다. 교육 현장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선거 연령이 낮아졌다는 의미는 선거에 대한 국민적 관여도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군대 안 가는데서 얻어지는 비용편익과 이기심 원칙을 일찍이 터득한 대가로 그동안 쌓아 올린 존경과 명예의 바벨탑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릴 후보자가 더 이상 등장하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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