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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 뒤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치계에서는 이합집산, 합종연횡, 상호비난과 암투 같은 전근대적인 행태가 재연되고 있다. 20대 국회에 거는 기대가 컸던 만큼 특히 후반기 이른바 동물국회의 참담한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그럴수록 다른 나라 정치권 특히 북유럽 의회 구성원들의 참신한 모습은 부럽기만 하다. 자전거로 등원하고 이런저런 기득권, 특히 권위에서 자유로운 그들의 가시적인 활동 역시 멋지고 미래지향적이다.

21대 총선을 계기로 높고낮은 자리이동 역시 활발해질 것이다. 공천을 주는 대신 어떤 자리를 보장하고 낙선자에 대한 보은인사 등 구시대의 관행이 되풀이 된다면 높아진 국민 정치의식을 거스르면서 정치발전, 의회선진화에 대한 염원은 또다시 물 건너 가지 않을까.

전직 국회의장의 총리 기용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는 이즈음 프랑스 정치인 자크 샤방델마스(1915~2000년)의 정치연보는 여러 시사를 준다. 나치 침략에 맞서 레지스탕스로 활동하면서 사용한 가명 '샤방'을 정식으로 이름에 추가한 점도 이채롭고 겸직이 가능했다지만 보르도 시장 48년, 하원의원을 47년 역임했다. 공공사업장관-국무장관-국방장관-11년간 하원의장-3년간 총리-다시 두차례 더 5년간 하원의장 등 행정, 입법부를 넘나들며 화려한 관운을 누렸다. 1974년에 대선에 출마했으나 3위에 그쳐 대통령의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샤방 델마스가 현대 프랑스 정치권에 남긴 족적은 뚜렷하다. 특히 각 계파간의 첨예한 대립과 갈등을 조정하고 수려한 용모와 원만한 품성으로 화합을 이끌어 내는 수완을 발휘했다. 나치 점령 기간 레지스탕스 경력은 신뢰로 이어졌고 직책을 가리지 않고 국가를 위한 헌신의 자세는 프랑스 현대 정치사에 그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자크 시락 전 프랑스 대통령도 대단한 관운을 누렸지만 샤방델마스는 드골주의로 일관한 정치색채와 신념 아래 반세기에 이르도록 관직을 모나지 않게 수행했다. 지스카르 데스탱 전 프랑스 대통령(1974~1981년 재임)의 경우 퇴임 후 하원의원에 당선된 경력도 있어 우리 정치문화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여주었다.

이제 우리 정치에서 관운 좋은 분들의 헌신과 기여를 기대하며 지켜본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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