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송이 청주시 용담명암산성동 행정민원팀 주무관

청주시에 임용돼 공직생활을 한 지 벌써 2년 차가 됐다. 임용장을 받은 게 어제 일 같은데 눈 깜빡할 사이 많은 시간이 흘러 근무지도 바뀌었다. 약 2년간 수험생활을 하면서 슬럼프가 올 때마다 합격하고 근무지에서 일하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힘내자고 스스로를 다잡고는 했다. 민원대에 앉던 그 첫날의 벅차오르는 기분, 여전히 실수투성이지만 그날의 기분은 정말 잊을 수 없다.

업무를 배우던 첫 날, 선배 공무원이 민원대뿐만 아니라 공직생활을 하면서 항상 지켜야 할 것이 있다고 당부한 게 있었다. 바로 민원인을 대하는 공무원의 태도였다. 나 역시 면접시험을 준비할 당시 '어떤 공무원이 돼야 할까?' 생각해 볼 기회가 있었다. 적어도 30년 이상 공직생활을 해야 하는 나는 어떤 공무원이 되고 싶은가 고민한 끝에 민원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공무원이 되자고 다짐했고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좌우명으로 삼았다.

'역지사지'란 처지를 서로 바꿔 생각한다는 뜻으로,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해 본다는 사자성어이다. 영어 표현으로는 '누군가의 신발을 직접 신어보라(Put yourself in one's shoes)'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신발이란 자기가 직접 신어 보지 않는 이상 그 미묘한 착용감의 차이를 알 수 없다. 폭이 좁지는 않은지, 엄지발가락이 신발 끝에 닿지는 않는지 등의 착용감은 신발을 신어 본 사람만이 판단할 수 있다.

지난 여름 민원인이 신고서를 잘못 작성해 난처한 적이 있었다. 거동이 불편한 민원인이라 재방문이 달갑지는 않았을 것이다. 화를 내는 민원인을 보며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내가 잘못한 게 아닌데 도대체 왜 나에게 화를 낼까? 나는 안내를 제대로 했는데'. 하지만 나는 이내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민원인을 진정시키고 시원한 물 한 잔을 드렸다. 그리고 나도 진정해보고 생각해봤다. 밖에 서 있기만 해도 땀이 뻘뻘 나는 날씨인데 불편한 몸으로 다시 와야만 한다면, 내가 만약 그분의 입장이라면 본인의 상황을 고려해주지 않았다는 생각에 화가 나지 않을까?

그 순간 민원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내가 민원인이 돼 그들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게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사실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나도 사람인지라 누군가 화를 내면 덩달아 화가 날 수도 있고 속상할 때도 많다. 하지만 민원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힘들어도 한 번 더 역지사지를 생각해야 한다. 공무원이 되고자 간절하고 힘들게 노력했던 지난 순간을 되짚어본다면, 할 수 있다.

나는 이제는 공무원으로서 민원을 이해하고 소통하기 위해 한 번 더 그 사람의 입장이 돼 생각하기 위해 노력한다. 비단 공무원뿐만 아니라 역지사지의 자세는 모든 이들에게 적용될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상 속에서 다들 본인의 입장이 있다. 자신의 입장만 생각하면 세상은 이기적이고 삭막해질 것이다. 그렇기에 한 발만 뒤로 물러서서 서로 입장을 바꿔 생각하고 배려한다면 더욱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다.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하는 말 '역지사지'를 오늘도 마음에 새기고 근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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