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양심 물든 대학가 원룸촌, 방학마다 ‘불법전대’ 성행
공동현관 비밀번호 노출도, 세입자 범죄 우려… 불안감

▲ 대학 원룸가는 SNS 등으로 집주인 동의없이 셋방을 재임대하는 불법전대가 성행하고 있다. 사진=윤지수 기자

[충청투데이 윤지수 기자] #1. 대전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대학생 박모(26) 씨는 방학에는 고향으로 내려간다. 비어있는 동안 30만원이 넘는 월세값을 아끼고자 커뮤니티에 단기 임대한다는 글을 올렸다. 평소 SNS를 통해 해당글을 봐온 박모 씨도 반신반의한 심정으로 글을 올렸지만 하루가 채 되기도 전에 ‘사진 좀 볼 수 있을까요’ ‘DM·쪽지로 문의드립니다’라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2. 원룸에서 자취를 하는 이모(27) 씨는 배달음식을 시키다가 난데없는 초인종 소리에 깜짝 놀랐다. 보통 공동현관문을 통해 열어달라 하지만 배달원이 원룸안에 들어와 초인종을 눌러서다. 이 씨는 거주자 외에도 누구나 비밀번호를 알면 들어올 수 있다는 사실에 불안감을 느꼈다.

매년 되풀이되고 있는 대학가 원룸촌 불법전대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사진>.

대학교 방학시기 마다 집을 비우는 학생이 늘면서 셋방을 재임대하는 불법전대가 성행하고 있지만 특단의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8일 익명제보로 이용할 수 있는 대학교 SNS를 비롯한 커뮤니티에는 ‘000대 근처 단기 원룸 구해요’, ‘1~2달만 지낼 방 양도합니다’ 등과 같은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방학 동안 고향에 내려가거나·어학연수 등으로 원룸을 비우는 자취생들과 계절학기 인턴십 등으로 학교 근처에서 생활하려는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맞아서다. 임차인은 방을 비우는 동안에도 나가는 월세를 단기 이용자와 분담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재임차인은 방을 구하는 시간과 가구 구매 등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점에서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 대부분 집주인의 허락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불법으로 전대가 이뤄지고 있다.

현행법상 집주인과 임대차 계약을 맺은 당사자가 타인에게 집을 임대할 때는 반드시 집주인의 동의를 구하도록 돼있다.

부동산 관계자는 “집주인 동의 없이 거래가 이뤄지는 것은 불법이라며”며 “만일 파손 고장 등 손해 발생 시 책임은 임차인에게 있다”며 주의를 요했다.

더불어 대학가 원룸가는 공동현관 비밀번호도 쉽게 노출되면서 보안에도 구멍이 뚫렸다.

1인가구의 특성상 배달음식과 택배 증가로 배달원들이 편의를 위해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현관문 등에 써놓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인의 출입을 막기 위해 공동현관을 설치했지만 비밀번호가 노출되면서 제 기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각 원룸마다 노출된 비밀번호에 세입자들은 침입범죄·성범죄 등 각종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집주인과 세입자들이 보안을 위해 지우기도 했지만, 다시 적어놓는 경우가 많아 무용지물인 상황이다.

여대생 이모(26) 씨는 “배달음식을 시키면 바로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있어 공동현관문의 역할을 잘 모르겠다”며 "최근 원룸에서 침입범죄가 발생하고 있어 밤낮 상관없이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집주인 정모(52) 씨도 “지우면 또 적어가고, 누군지 잡을 수도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윤지수 기자 yjs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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