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노력 위에 새치기

▲ 연합뉴스

☞사랑은 때론 인내를 필요로 한다. 내겐 어린 시절이 그런 시기였다. 그리고 거기엔 '음악'이 빠질 수 없다. 나 역시 소녀였기에 한 가수에 푹 빠져있었다. 그리고 앨범 발매일을 애타게 기다렸었다. 앨범이 나오면, 음반 가게에 달려갔다. 처음엔 카세트테이프를 모았다. 그러다 지나선 음반 CD를 모았다. 작은 앨범엔 많은 것이 담겼다. 노래 가사는 물론 가수의 사진, 앨범 후기(땡스투) 등이 있었다. 그런 것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 당시 앨범 판매량은 가요 프로그램 순위에 영향이 갔다. 따라서, 내 가수 앨범이 더 팔리길 바랐다. 내 가수 노래가 1위라도 하는 날엔 경사였다. 그만큼 어려웠고, 그만큼 명곡이어야 했다. 소소하지만 낭만적인 날들이었다.

☞지금은 낭만이 실종됐다. 앨범 또한 안 사게 된다. 대신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노래를 듣는다. 무심코 실시간 차트 TOP 100을 튼다. 아는 가수도 있고, 아닌 가수도 있다. 좋은 노래도 있고, 아닌 노래도 있다. 생전 처음 듣는 노래에 의구심이 든 적도 있다. 하지만 이내 '내가 유행에 뒤처졌구나'라며 넘겼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아무도 모르는 유행이었다.

☞음원 사재기 논란이 뜨겁다. 시작은 박경이 쏘아 올렸다. 지난해 11월, 그는 트위터에 특정 가수들을 거론하며 사재기를 언급했다. 실명을 거론한 저격이기에 파장은 컸다. 같은 가수의 폭로라 더했다. 다들 심증은 있지만 건들지 못했던 문제였다. 그렇게 이 문제는 수면 위로 올라왔다. 여기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가 불을 지폈다. 지난 4일, 그알 방송에선 음원 사재기를 통한 차트 조작 실태를 집중 조명했다. 실제 가수들은 그런 제의를 받는다고 증언했다. 차트 1위를 위해선 3억 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젠 돈이면 되나 보다. 차트 조작 공장의 실체도 언급됐다. 충격적이다. 낭만도 사는 시대가 왔다.

☞명백한 반칙이다. 음원 사재기는 누군가에겐 뼈아픈 '새치기'다. 음악 한 곡엔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다. 사재기는 그걸 짓밟는 일이다. 검은 거래를 하며, 예술가의 자존심도 같이 판다. 그런 사람들에겐 더 이상 예술이 아니다. 그저 돈벌이다. 이런 식으로 만든 명(名)곡은 껍데기만 날릴 뿐이다. 결코 낭만스러울 수 없다. 음'악(樂)'은 즐거워야 음악이다. 이런 반칙들이 담긴다면, 즐거울 수 없다. 악행은 뿌리 뽑아야 한다. 순수한 열정이 만들어낸 음악들이 빛나길 기대한다. 편집부 김윤주 기자 maybe0412@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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