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서는 12시간은 기본이에요. 건강 악화는 물론이고 이러다 쓰러지겠다 싶을 정도까지 일해야 겨우 사납금을 채우고 퇴근할 때가 많아요.”

올해로 17년째 대전에서 택시 영업을 하는 A(68) 씨는 하루하루 곤두박질치는 수입 탓에 16시간씩 일하는 날이 허다하다.

하루 3분의 2가량을 좁은 운전석에만 앉아있다 보니 허리디스크와 근막통증 증후군, 두통, 어지럼증, 소화불량 등 병을 달고 산다.

A 씨는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힘들어도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며 “퇴직 후 돈벌이가 없으니 다른 도리가 있겠냐”고 토로했다.

지역 내 다른 택시 기사들도 한숨이 짙어진다.

택시 기사들은 인구수 대비 넘쳐나는 택시 대수, 회식문화 감소, 모빌리티 업종 부상 등으로 업계가 적잖은 타격을 받으면서 택시 감차, 대전·세종 간 영업 구역 통합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국개인택시운송연합회가 집계한 지난해 9월 기준 대전지역 택시 수는 총 8659대로, 택시 1대당 인구수는 176.8명이다.

대전과 인구가 비슷한 울산(5772대)의 택시 1대당 인구수 200.9명이나 광주(8169대) 183.7명보다 현저히 적은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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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가 지난해 8월 실시한 연구 용역에서도 현재 1105대 택시를 줄여야 지역 내 적정 수준이 된다는 결과도 있다.

가뜩이나 많은 지역 내 택시 수에 주 52시간 근무, 제2 윤창호법 실시 등으로 저녁 문화까지 사라지며 법인·개인택시 할 것 없이 힘들어지는 상황이다.

택시기사 B(77) 씨는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12~16시간을 일만 하지만 월 230만~250만원을 손에 쥐는 수준”이라며 “퇴직 후 갈 곳 없는 퇴직자를 상대로 한 장시간 노동, 저임금 굴레를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하루 19만원에 달하는 24시간 운행 법인택시의 높은 사납금 개선, 모빌리티 업계에 대한 제한, 세종의 사업구역 통합 운영 등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18년 대전 택시업계는 비교적 택시가 부족한 세종(352대)에서 대전 택시가 영업할 수 있도록 조정해 대전·세종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시 관계자는 “시 또한 대전과 세종 간 사업구역 통합을 위해 논의 중이지만 세종시의 반대가 극심하다”며 “과거 감차보상재원관리기관 등에서 지급했던 감차 보상금이 삭감돼, 시 예산으로 감차 보상금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경립 대전개인택시조합 이사는 “최근 카카오택시 등 모빌리티 산업이 대전에도 도입되면서 택시업계가 가장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며 “택시에 대한 각종 규제 완화, 모빌리티 업종에 대한 시 차원의 제한 등 기존 택시들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민영 기자 myje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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