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효진 청주시 서원구 주민복지과 주무관

눈앞이 캄캄하고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길이 없어서 막막할 때 조언해 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아마 그 사람은 나의 멘토일 것이다.

'멘토(Mentor)'라는 단어는 고대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의 작품으로 전해지는 대서사시 '오디세이아(Odysseia)'에 나오는 오디세우스의 충실한 조언자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에 출정하면서 집안일과 아들 텔레마코스의 교육을 그의 친구인 멘토에게 맡긴다. 멘토는 오디세우스가 전쟁에서 돌아오기까지 무려 10년 이상 왕자의 친구, 선생님, 상담자 때로는 아버지가 돼 그를 잘 돌봐줬다. 이러한 교육의 효과로 내성적이고 소극적이었던 텔레마코스는 전쟁에 나간 아버지의 빈자리를 노려 어머니에게 청혼하는 구혼자들을 몰아내는 용감한 청년으로 변모했다고 한다.

이후로 멘토라는 그의 이름은 '지혜와 신뢰로 한 사람의 인생을 이끌어주는 지도자'의 동의어로 사용됐다.

위의 경우처럼 나에게도 경험해 보지 않은 일들로 근심과 걱정이 들 때 방향을 제시해 주는 멘토가 있다. 복지 업무를 함에 있어서 무수한 경우의 수와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를 내가 전적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옆에 있는 선배공무원과 동료를 통해 조금씩 배우고 있다.

복지공무원으로 임용된 2013년 당시 초임지인 현도면에서 처음부터 기초생활수급업무를 맡게 되면서 상담하는 법도 모르고 전산 입력 하는 법도 몰라 옆 선배 공무원에게 하나하나씩 배우면서 단순히 일뿐만 아니라 사람을 상대하는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체득했다.

특히 옆 선배 공무원은 바쁜 중에도 현도면 노산 3리의 독거 어르신 댁을 주기적으로 방문했는데, 어르신 댁을 방문할 때면 행정복지센터 근처 마트에서 사비로 구입한 사탕과 전병 등 주전부리를 들고 마치 손녀딸처럼 살뜰히 어르신의 안부를 물어보고 필요한 것은 없는지 세심하게 살폈다.

이런 넉넉한 마음가짐을 가진 선배의 모습을 보면서 단순히 지침 그대로만 민원인에게 안내해주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차선책을 고민해보고 진심으로 대상자들과 소통하며 진정성을 가지고 사람들을 도와주자는 다짐과 실천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어렸을 때 어른이 되기만 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모든 것을 알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이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지금에서야 삶의 길을 안내해 주는 멘토가 있는 나 자신이 정말로 행운아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생각에 따라서 하루가 달라진다'라는 존경하는 선배의 조언을 새기고 실패하더라도 긍정적인 기운과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임하다 보면 조금은 더 성숙한 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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