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철 세종시교육청 교육정책연구소장

‘교육의 기회균등’은 대한민국 헌법 31조1항과 교육기본법 3조와 4조에 명시되어 있다. 교육기본법 4조에는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신념,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 또는 신체적 조건 등을 이유로 교육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기회균등의 원리는 일차적으로는 ‘평등성(equality)’의 원리로 이는 ‘소극적 기회균등’이라고 할 수 있다. 소극적 기회균등은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여건과 기회를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기회균등의 원리가 보다 적극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공정성(fairness)’의 원리에 따른 ‘적극적 기회균등’의 개념으로 승화되어야 한다. 이는 역차별 수단을 동원하는 것으로, 예컨대 가정적 어려움을 겪거나 장애가 있는 학생을 위해 교육재원을 추가 지원함으로써 기회균등을 추구하는 것이다.

최근 ‘교육 불평등’ 문제가 어느 때보다도 민감한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였다. 다름아닌 공정성의 문제이다. 종전에는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배려에 관심을 가졌었다면, 최근에는 특정계층 특정집단이 우월적인 교육 여건을 활용하여 배타적으로 교육기회를 확보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의 문제로 진전되었다.

사회적 평등을 추구하기 위해서 ‘처진 부분을 채우고 도드라진 부분을 낮추는 방식’의 정책 수단은 늘 있어 왔으며 이는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 걸쳐 적용해왔다. 예컨대 경제적 약자를 위해 사회복지를 확대하며 소득 수준에 따라 세율을 누진적으로 확대 적용하는 등의 정책 수단을 말한다. 물론 적용의 범위와 수준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언제나 있어 왔다.

문제는 교육이다.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교육 불평등은 민감한 주제이다. 왜냐하면 ‘아이들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이들 문제라는 것은 곧 ‘가능성’의 문제이다. 아이들은 그 자체로 가능성의 존재이다. 아이들이 자기 통제권 밖의 요인에 의해서 가능성이 차단당하는 문제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자기 통제권 밖의 요인이란 예컨대 가정 요인, 학교 요인, 지역 요인 등을 말한다. 종전까지는 이러한 요인에 따른 격차를 개인이 수용해야 할 숙명적 요인으로 받아들였으나, 시간이 갈수록 불평등 문제에 대한 감수성이 예민해졌다. 불평등을 거칠게 수용하는 사회에서 불평등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사회로 진전한 것이다. 불평등에 대한 사회적 감수성은 그 자체가 사회 발전의 지표라 할 수 있다.

지난해 교육관련 이슈를 돌아보면 공통적으로 ‘교육 불평등’에 관한 것들이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능력 이른바 ‘부모 찬스’에 의해 좌우되는 교육의 결과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교육의 공정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자사고·외고 문제, 대입 학생부종합전형 문제, 수행평가 문제 등과 관련하여 교육 불평등 해소 요구가 사회적 여론으로 형성되었다. 자사고·외고·국제고는 2025년에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하였으며, 학생부종합전형의 '정규교육과정 외 비교과활동'은 반영하지 않도록 하였으며, 수업시간 외 '과제형 수행평가'는 폐지하도록 하였다.

자기통제권 밖의 요인 중 특히 가정 요인이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들이다. 이러한 교육당국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교육 공정성 실현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처방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올해는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해이다. 총선 공약 중 교육 불평등 해소 방안을 면밀히 살피는 것은 유권자인 시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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