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회술 농협 청주교육원 교수

“식탁에 돼지 대신 개, 토끼…. 중국, 돼지고기 부족에 대안 찾기 골몰”

지난해 인터넷 신문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으로 돼지고기 가격이 비싸지면서, 일부 가난한 중국 농촌 지역에서 돼지고기 대신 개, 토끼 고기가 메뉴판에 등장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중국만큼 심하지는 않지만, 우리나라도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돼지고기 생산량이 많이 줄어들었다. 한때는 돼지고기 공급 감소로 인한 가격 상승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기도 했으며, 정부 및 각 지자체에서는 돼지고기 수급 및 가격 안정 대책을 강구하기도 했었다.

'돼지고기'를 '쌀' 또는 '곡물'이란 단어로 바꿔서 생각해보자. 이렇게 되면 이야기가 많이 심각해진다. 돼지고기는 닭고기, 소고기 등 대체 육류가 있기에, 그 영향이 크지 않았지만, 주식인 쌀이나 곡물이 부족하게 될 경우 우리나라는 큰 위험에 처하게 된다. 대체할만한 것이 없기에 외국에서 비싼 값을 주고 사와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후 및 자연재해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요즘이기에, 돈이 있어도 식량을 충분히 구하지 못할 위험 또한 점점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식량 위험'에 대한 대비가 어느 정도 되어있을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산하 농산물시장정보시스템(AMIS)의 데이터베이스 자료를 토대로 산출한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사료용 곡물 포함)은 최근 3개년(2015~2017년) 평균 23%에 그쳤다. 쌀·보리·밀 등 각종 먹을거리를 포함하는 식량자급률은 2017년 기준 48%대에 불과했다. 또 우리가 먹는 밀, 옥수수, 콩은 90% 이상이 수입품이다.

반면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은 곡물을 충분히 생산하며 식량안보를 철저히 하고 있다. 2015~2017년 평균 호주의 곡물자급률은 289.6%, 캐나다는 177.8%, 미국은 125.2%로 높은 곡물자급률을 자랑하고 있다.

그렇다면, 농산물 수출국으로부터 식량을 수입하면 되지 않을까?

필리핀의 사례를 살펴보자. 인구수가 1억이 넘는 필리핀은 세계 1위의 쌀 수입국이다. 그러나 필리핀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쌀을 자급하고 남은 것을 수출할 정도로 쌀 생산량이 많았다. 하지만 농업 생산성 향상에 투자하지 않고 정부가 식량 자립을 포기하면서 필리핀은 1990년대 이후에는 쌀 수입국이 되고 말았다.

결국 2008년과 2011년 국제 쌀 가격이 몇 달 만에 두 배나 오르자 필리핀 국민들은 식료품 값 폭등으로 큰 고통을 겪어야 했다.

필리핀이 겪은 어려움은 우리나라에 큰 시사점을 안겨준다. 우리나라의 경우 농지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지난 2015년에는 수십 년만의 큰 가뭄이 전국을 휩쓰는 등 이상 기후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가 지도자들부터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식량 안보'를 고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후진국이 공업 발전을 통해 중진국까지 도약할 수는 있어도, 농업의 발전 없이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고 한 미국의 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네츠의 말을 되새겨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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