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신년사를 통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부동산 정책 기조를 '투기와의 전쟁’으로 이름붙인 것이다. 부동산 대책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이자 고강도 규제를 예고한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시의 안정, 실수요자 보호, 투기 억제에 대한 정부 의지는 확고하다"며 "주택 공급 확대도 차질 없이 병행해 신혼부부와 1인 가구 등 서민 주거 보호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라는 표현 선택에 주목하고자 한다.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여러 용어가 사용됐지만 '전쟁'이라는 문구가 공식적으로 등장한 건 처음이다. 작금의 부동산 시장을 엄중히 보고 있다는 반증이다. 정부는 부동산 가격 불안 요인을 다주택자의 투기수요로 지목하고 수요억제 정책을 고수해왔다.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상 보다 강한 수요억제 드라이브가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투기수요 및 다주택자 압박의 수단으로 보유세 인상 카드가 꼽힌다.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총 18번의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2017년 8·2대책, 2018년 9·13대책, 가장 최근인 지난해 12·16일 발표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란 이름의 부동산 종합대책 등이 대표적이다. 대출제한부터 분양가 상한제 확대에 이르기까지 고강도 대책이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정부의 극약처방과는 달리 부동산 시장은 따로 움직였다. 특정 지역이긴 하나 오히려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것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나오는 이유다.

서민들은 평생 월급을 모아도 집 한 채를 마련하기 힘든 현실이다. 투기 수요는 이런 서민들의 내 집 장만의 꿈을 더욱 옥죈다. 아파트 가격이 올라 앉은자리에서 수억원을 벌었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시중에는 정부 정책과 반대로 움직여야 돈을 번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18번씩이나 대책을 내놓고도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한 걸 보면 대책이 적어서가 아닐 거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 기대를 거는 건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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