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태 대전 서구청장

어느 날 아버지가 아들에게 말했다. “받아줄 테니 뛰어내리거라.” 아들은 의심하지 않고 의자에서 뛰었다. 약속과 달리 아버지는 받아주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말했다. “아무도 믿지 말아라. 때로는 아버지도.” 아들은 자라서 세계 최대의 부자가 된다. 석유왕으로 불렸던 미국의 사업가이자 대부호 존 록펠러의 이야기다.

그런 혹독한 가르침 때문이었을까. 경쟁자를 무자비하게 무너뜨렸고, 그의 재산에는 늘 ‘더러운 돈’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그런데도 록펠러는 악덕 기업가가 아니라 위대한 자선사업가로 평가받는다. 그가 사회에 기부한 돈은 5억 3000만 달러,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무려 145조원에 달한다. 록펠러 재단을 만들어 소외계층을 돕는 데 앞장섰고 시카고대학, 록펠러 의학연구소 등에 재산을 쏟아 부었다.

부자 나라답게 미국은 기부에서도 통이 크다. 지난 2010년 미국의 억만장자 40명이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MS 창업자 빌 게이츠, 세계적인 투자가 워런 버핏,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 전 뉴욕 시장 마이클 블룸버그 등이 동참했다. 순자산 10억 달러 이상의 슈퍼리치들이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하는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 캠페인의 출발이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세밑이면 훈훈한 소식이 꼬리를 문다.

일명 대구 키다리 아저씨는 지난해에도 성탄절을 앞두고 나타나 2300만원을 전달했다. 그동안 9억원이 넘는 돈을 익명으로 기부했으면서도 그는 이런 메모를 남겼다. “올해는 금액이 적어 미안하다.”

절도 해프닝도 있었지만,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는 이번에도 6000만원을 두고 사라졌다. 대전시 서구 역시 지난해 말 동 행정복지센터나 각종 사회복지단체에 성금과 물품이 답지했다. 개인 기부자 수가 해마다 줄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린다. 하지만 이런 기부자들이 있어 우리 사회가 더 환하고 따뜻해진다. 물론 기부만으로 소외계층을 돌보고 사회의 안전망을 구축할 수는 없다.

중앙정부의 복지정책이 더 촘촘해져야 한다. 법과 제도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분야까지 꼼꼼히 살피는 지방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건강한 공동체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인 셈이다.

대전시 서구는 2020년 새해에도 복지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데 행정력을 집중하려고 한다.

사회적 단절 가구에 대한 안전망을 구축하고, 취약계층인 어르신과 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일자리와 사회활동 지원도 확대한다.

또 여성친화 행복마을 조성, 어르신 청춘회관 건립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인프라 구축을 차질 없이 추진한다. 아동친화도시 조성사업에도 속도를 높여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다 함께 행복한 복지환경을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기부가 소외계층과 사회적 안전망을 위한 영양제라면 복지 정책은 우리 몸을 흐르는 혈액과 같다. 영양제는 영양소가 부족하고 면역력이 약해졌을 때 투여한다.

혈액은 막히는 곳, 닿지 않는 곳 없이 1년 365일 흘러야 한다.

제도와 재정에서 여전히 한계가 존재하지만,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지방정부의 책무다. 활기찬 서구, 건강한 공동체를 위해 서구 공직자 모두는 2020년, 쥐의 해 경자년(庚子年)에도 더 부지런히 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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