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림 충남도립대학교 교수

바야흐로 디지털 시대다. 디지털 시대의 핵심은 정보와 지식이다. 오늘날 핵심 가치는 정보로부터 발생한다. 정보를 읽어내고 유통시키는 자가 세계를 주도하는 시대가 됐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를 일상의 차원에서 대비하고 받아들이는 일은 쉽지 않다. 디지털 시대의 특징은 낯섦의 연속이다. 기술혁명을 기반으로 매일 쏟아지는 정보 탓에 우리는 항상 새로움에 익숙해져야 한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에게 새로운 강박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강박은 '새로움에 대한 익숙함'이자 '익숙함에 대한 낯설음'으로 집약된다. 4차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디지털 혁명은 우리의 삶을 극적으로 변화시켰다.

과거 농업에 익숙했던 우리가 새마을운동 등을 통해 근대화된 사회로 변화한 것처럼, 우리는 앞서 근대화에 익숙해진 사회를 또 다시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적응시켜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선택이 아닌 강제에 가깝다. 무엇보다 가치를 창출하는 법칙이 바뀌었으니, 우리도 뒷짐을 지고 있을 수 없다.

지난 20세기 아날로그 시대의 성공 법칙은 명료했다. 글로벌스탠다드가 만들어 낸 해답을 배우고 쫓으면 성장하는 시대였다. 우리는 개발도상국으로 근면과 성실한 노동력을 기반해 가치를 창출해 냈다. 말 그대로 지난 세기는 지식과 정보의 복제 시대였다. 문제는 더 이상 이러한 방식이 통하지 않는 다는 현실이다.

정보 혁명이 핵심인 디지털 시대에 지식의 유통 속도는 유례없이 빨라졌다. 오랫동안 시간과 생명을 불어 넣어 생의 의미를 찾고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아날로그적인 삶의 태도는 디지털 시대에는 허용되지 않는 사치가 됐다. 어제 배운 지식은 하루아침에 통하지 않는 무용한 것으로 몰락한다. 어제와 오늘이 일치 하지 않는 단절의 시대다. 글로벌스탠다드는 해체됐으며 전 세계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무한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디지털 시대는 지난 20세기의 익숙함이 낯설음으로 등장한다고 말할 수 있다.

디지털 시대가 우리에게 던진 것은 자신만의 새로움을 창안할 수 있느냐는 물음이다. 자신만의 고유한 시선으로 정보 속에 잠재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가에 따라 대한민국의 명운이 달렸다 해도 무방하다. 디지털 혁명으로 촉발된 새로움의 물결을 어떻게 우리 일상에 긍정적으로 붙여낼 수 있는가. ‘새로움에 대한 익숙함’은 현재 대한민국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다.

‘새로움에 대한 익숙함’을 일상에 붙여내려면 교육과 대학 혁신은 최우선 과제다. 자신만의 고유한 시선으로 세상을 읽어낼 수 있는 청년들이 많아져야 한다. 자신만의 시선으로 자기를 긍정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을 때 새로움을 일어난다. 지난 세기 주어진 정답만 죽어라 외우는 방식은 효용을 다했다. 질문하는 사람, 호기심으로 자신의 세계를 추구하는 주체가 요구된다.

우리 교육과 대학은 충분히 혁신할 준비가 됐는가? 조국 사태로 촉발된 대학입시 논란이 정시냐 수시냐의 프레임으로 머무는 것은 매우 유감이다. 무엇보다 대학의 변혁은 중요하다. 대학은 학생들이 무모한 도전을 할 수 있는 처마가 돼 주어야 한다. 서열화 된 교육과 사유화된 지식 체계에서는 '새로움에 대한 익숙함'은 발생할 수 없다. 모든 학생들이 공무원에 매달리는 안정 추구형 사회에서 새로움은 익숙함을 이길 수 없으며, 혁신도 창의도 자리할 곳이 없다.

무모해도 괜찮다는 위로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오늘 우리가 공교육과 대학혁신을 근본부터 다시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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