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고3 교실에 앉아 있을 2002년 4월 16일 이전 출생자 약 6만명 고등학생의 새로운 이름은 ‘새내기 유권자’다. 지난달 27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 주요 내용에는 선거권 및 선거운동 가능 연령을 만 18세 이상으로 기존보다 1세 낮춘다는 내용이 첫 번째로 담겼다. 선거권을 가지는 일부 고3 학생은 선거운동을 비롯해 정당 활동도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것이 당장 시급한지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뜨겁다. 최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는 하향 조정에 반대하는 응답자는 50.1%, 찬성 비율은 44.8%로 나타난 것처럼 찬반 의견은 팽팽했다. 이념·지역과 무관한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파층에서는 65.0%가 개정을 반대하기도 했다.

선거연령 하향이 이토록 ‘급하게’ 전개된 것에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할 교육계에서도 이념따라 갈등이 조장되는 배경에는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선거연령이 만 18세로 낮춰지면서 가장 좋은 사람은 안타깝게도 고3 교실의 학생들이 아니다. 선거연령을 낮추자는 주장의 보다 근본적인 문제의식은 젊은 세대를 대표하지 못하는 정치권의 책임을 질타하는 것이다. 고령화 사회에서 노년층의 대표성은 점점 높아지는데 저출산으로 젊은 층의 대표성은 점차 하락하는 위기감을 배려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고3 교실의 정치화의 부작용과 후폭풍에 대비하고 있는지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더욱 심각히 봐야 할 것은 정치권의 갈등과 반목이 고3 교실로 고스란히 옮아가서 생각이 다른 친구에 대한 공격이 나타날 가능성이다. 학생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교사에 의해, 또는 정치권에 의해 불필요한 갈등이 자극되고 있음은 이미 수차례 미디어에 노출 된 바 있다. 특히 헌법재판소가 불과 수년 전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의 정치적 판단과 의사표현이 왜곡될 우려를 지적한 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이는 청소년의 주체적인 사고와 판단의 능력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왜곡된 정치구조와 자율성이 결여된 교육 환경을 우려한 것이다.

교육부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협의해 3월 개학 전까지 선거법 위반 여부 사례집과 가이드라인을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총선을 100일 남짓 앞둔 시점에서 교육부가 학생들의 건강한 정치적 소양을 위한 민주주의 교육 내실화 방안까지 마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관련 기준만이라도 명확히 정비해 학교 현장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면 다행이다. 고3 학생들마저 선거를 너저분한 '선거판'으로 기억하게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윤희섭·대전본사 정치·사회팀 aesup@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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