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수 ETRI 기술상용화센터장

연말연시가 되면 시(詩)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애송하는 구절이 있다. 영국 계관시인인 알프레드 테니슨의 ‘울려라 우렁찬 종이여!’이다.

1850년에 지어진 시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많은 사람이 되뇌는 것을 보면 분명, 시대를 관통하는 울림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시는 말한다. “거짓을 울려 보내고 진실을 울려 맞아라, 부자와 빈자의 반목을 울려 보내고 만민을 위한 구제책을 울려 맞아라, 고리타분한 당파 싸움을 울려 보내고 아리따운 예절과 순수한 법을 울려 맞아라, 불신과 중상과 모략을 울려 보내고 진리와 정의와 선을 사랑하는 마음을 울려 맞아라, 탐욕과 전쟁을 울려 보내고 평화를 용기 내어 울려 맞으라”

안타깝게도 이 시를 읽는 이라면 누구나 17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여전히 이 시에서 말하는 본질적 문제에서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는가? 라는 느낌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돌이켜 보면 지난 한 해는 행복한 기억보다는 우리를 우울하게 하는 소식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온라인 가짜 뉴스로 세상은 혼란스러웠고, 경기침체 가운데서 일자리 걱정은 뉴스의 단골 소재가 돼버렸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간격은 커져만 갔다. 당파 간 정쟁은 선거법, 공수처법 처리를 두고 극한까지 치달았고, 보수와 진보가 서로 나뉘어 무엇이 정의이고 무엇이 선인지를 가지고 다투기에 바빴다.

게다가 남북 간에는 한동안 무르익었던 평화의 시간이 얼어붙고 긴장감이 다시 돌고있다.

그나마 시인이 살아왔던 제1차산업혁명의 시대는 모든 것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느렸을 것이다. 어쩌면 조금 늦더라도, 조금은 갈등에 시간을 보내더라도 다시 경쟁에 뛰어들어 선전을 펼칠 기회가 주어졌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 너무 다르다. 시간과 속도 규모 면에서 엄청난 변화가 휘몰아치는 제4차산업혁명이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 그것도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물리적 세계뿐만 아니라 가상의 세계에서 그리고 그것이 서로 통합되면 가공할 만한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하루가 다르다는 말처럼 지금의 시대를 정확하게 설명하는 말이 또 있을까? 조금이라도 방심하는 날에는 다시 경쟁하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처지로 전락하고 만다. 새로운 기회조차 가질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더는 우리 내부에서 다투고 있을 시간이 없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까지 수많은 어려움과 난관을 뚫고 겨우 도달한 선진국의 반열에서 도태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제4차산업혁명의 파고를 넘어서기 위해 온 힘을 합쳐야 할 때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2020년에 어떤 종을 울려 맞아야 할까? 필자는 이 지면을 빌어 연말에 우연한 기회로 만나 뵌 한 연구원 원로 선배님의 덕담이 그것의 한 해답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소개하고자 한다.

그 선배님은 필자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자네 2020년에 우리 연구원뿐만 아니라 이 나라가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아는가? 그것은 내년을 일컫는 2020년에 그 답이 담겨있다고 생각해, 즉 이공(理工) 다시 이공(理工)이란 말이지. 이공계가 다시 일어나야 한다는 의미야. 불과 몇십 년 전에 끼니를 걱정하는 우리나라를 과학기술인력이 OECD 선진국 대열에 올려놓았던 것처럼 제4차산업혁명시대에 다시 과학기술인력이 핵심이 되어 나라를 일으켜야 한다네. 그래야만 우리가 더 잘 살 수 있어. 이것을 명심하면 살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희망이 없을 거야. 그 최전방에서 최선을 다해주길 바라네.”

이제는 논쟁과 반목을 울려 보내고 과학기술인력을 울려 맞는 희망찬 2020년을 맞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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