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즌 지휘봉 잡은 황선홍

‘옛’ 축구특별시 대전에 황새가 뜬다.

K리그2 대전시티즌의 새로운 운영을 맡은 하나금융그룹 축구단은 4일 오후 2시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창단식을 열고 구단의 새 이름과 엠블럼, 유니폼을 공개한다.

2015시즌 2부 리그 강등 후 6년만의 1부 리그 복귀를 노리는 대전의 지휘봉을 잡은 것은 ‘2002월드컵 4강 영웅’ 황선홍이다. ‘황새’가 1년 반만에 K리그도 돌아오는 것이다.

선수로서의 황선홍은 말 그대로 ‘레전드’이고 ‘영원한 국가대표’이다. 1994 미국월드컵과 1998 프랑스월드컵의 아픔이 있긴 했지만 2002년 4강으로 말끔히 씻어냈으며, 1990 이탈리아월드컵 때부터 2003년 2월 은퇴 때까지 한국 축구를 이끌었다.

황선홍은 2003년 전남드래곤즈 2군 코치로 지도자 수업을 받기 시작했으며, 2005년 허정무 감독이 부임하면서 1군 코치로 승격했다. 이후 2006년 허정무 감독은 황선홍을 수석 코치로 승격시킨다. 그해 전남은 FA컵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12월 계약기간이 만료된 황선홍은 구단과 허정무 감독의 재계약 권유를 거절하고 영국 유학을 선택했다.

2008시즌 부산아이파크에서 시작된 황선홍의 감독 커리어는 나름 화려하다. 그는 K리그 우승 2회(2013 포항·2016 서울), FA컵 우승 2회(2012·2013 포항)를 차지했으며, K리그 올해의 감독상도 2차례(2013 포항·2016 서울)나 받았다.

그렇다면 감독 황선홍은 어떤 캐릭터를 갖고 있을까.

황선홍은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물론 FC서울 감독 시절 ‘서울의 포항화’를 꾀하다 쓴맛을 보기도 했지만, 대전 같이 리빌딩이 필요한 작은 클럽에는 그 신념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황선홍 감독의 기본적 전술 방향은 패스 플레이 위주로 조직적이며 빠른 축구를 추구한다. 일명 ‘스틸타카’로 불렸던 포항 시절 티키타카 전술은 황선홍 감독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프리메라리가 FC바르셀로나의 티키타카와 다른 점은 점유율을 강조하지 않고 간혹 롱볼을 위주로 한 ‘뻥축구’도 구사한다는 것이다.

또한 황선홍 감독은 유망주 발굴이나 침체된 선수들을 살려내는데 일가견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포항 시절 이명주와 김승대 같은 선수는 황 감독 지도 아래 기량이 절정에 달했다. 그리고 서울 시절에도 윤승원이나 황현수, 조영욱 같은 유망주 육성을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감독 황선홍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스타플레이어나 외국인 선수 통제에 약하다는 것이다. 아드리아노, 데얀 등과의 불화는 이미 축구팬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웃픈 현실이지만 이 부분은 대전에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대전은 (적어도 현재까지는) 스타플레이어도 톱클래스 용병도 없기 때문이다.

황선홍 감독을 두고 서울이나 수원, 전북 같은 빅클럽 보다는 조금 작은 규모의 클럽이 더 맞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바로 선수단 통제에 대한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물론 좋은 기록을 남긴 포항 같은 팀을 작은 클럽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황선홍은 포항 출신의 레전드였기에 논외로 해야 할 것 같다.

올 시즌 K리그2는 스타 감독들의 맞대결로 기대를 모은다. 대전의 지휘봉을 잡은 황선홍을 비롯해 제주의 남기일, 경남의 설기현 등이 있으며, 지난해 FIFA U-20 월드컵 준우승의 주역 정정용 감독은 서울 이랜드로 자리를 옮겼다.

남기일 감독 정도는 프로무대에서 감독으로서의 기량을 인정받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황선홍 감독의 이름값에 대적할 수는 없다. 더불어 좋은 기억을 많이 갖고 있는 허정무 이시장과의 재회라는 점이 기대를 더 키우고 있다.

올 연말 K리그1 승격을 확정 지은 황선홍 감독의 눈물이 보고 싶다.

노진호 기자 windlak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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