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승대 행복도시건설청 기획조정관
▲ 안승대 행복도시건설청 기획조정관

안승대 행복도시건설청 기획조정관

사피엔스, 초협력사회, 낯선 사람들과의 동행… 모두 인간과 집단, 사회에서의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책 제목들이다. 인간은 인지능력을 바탕으로 상호 신뢰관계가 형성됐고, 언어 문자 등 소통 수단을 통해 대규모 협력이 가능하게 됨에 따라 지구의 주인이 됐으며, 오늘날과 같은 문명의 발전을 이뤘다는 내용이다. 물론 대립되는 집단간 전쟁이나 기후변화 등 문제도 일으켰지만 말이다.

생물학적으로도 식물과 동물 등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이 오랜 세월 동안 환경에 맞게 가장 효율적으로 진화해 최적인 종들이 살아남았지만 인간만이 상호협력을 특출나게 잘했기 때문에 가장 번성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인간은 공감능력과 자기절제, 이성의 합리적 추론 능력이 발달해 문명화됐기 때문에 폭력과 전쟁이 점차 줄었고 따라서 인류의 긴 역사를 통해 볼 때 지금은 장기 평화의 시대라고 말하는 학자도 있다.

개별 기업이나 도시, 국가도 생물처럼 환경변화에 잘 적응해 번성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상호 협력해 목표달성에 최대한 기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듯 빌게이츠는 기업 내 정보의 개방과 공유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정보의 공유와 전달속도를 높일 수 있는 디지털 신경망을 구축하는 것이 기업의 IQ를 높이는 지름길이라 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조직 전체로부터 최고의 아이디어를 빠른 속도로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에서 힘은 지식을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는데 있다고도 했다.

사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지식이나 기술의 혁신은 이전의 많은 사람들이 축적해 놓은 지식이나 기술의 토대 위에서 창의성을 발휘했기에 한 단계 도약이 가능했으므로 우리는 지식공동체 속에서 서로 협력해 온 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최근 공론조사(Deliberative Polling)라는 말을 한 번씩 접하게 된다. 공론조사는 특정이슈에 대한 공론화 과정에서 연령, 성별, 직업, 소득수준 등에 따라 무작위로 추출한 시민대표(지역주민 전체를 축소했는 의미에서 이를 ‘소우주·microcosm’라 한다)들이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아 상호 토의를 거쳐 공적인 판단을 내리도록 하는 것으로 단순히 찬반의견을 묻는 여론조사와는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고리 원전 건설재개 등에 활용됐고, 캐나다 브리티시콜롬비아 지방정부는 시민의회를 구성해 선거제도 개편안을 지방의회 대신 마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민들의 참여와 이성에 따른 합리적 판단을 이끌어 내면서 참여자들의 의견이 모아져 비교적 공정하고 객관적인 결정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다양하게 변형된 형태들이 활용되고 있다. 방청객 투표로 우승자를 결정하는 TV 노래 경연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고, 최근 행정안전부는 각 부처의 혁신성과에 대한 국민체감도를 국민참여단이 유사한 방식으로 평가한 바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도 공유마당마을이라는 특화단지 조성이나 스마트시티 리빙랩 등을 통해 시민들의 아이디어로 도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식 공동체가 촉진될 수 있도록 행정도시 계획과 건설 단계에서부터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개인에 비해 국가나 도시간 협력은 어떠할까? 잘 알려져 있다시피 국가간에는 국제연합(UN)을 비롯해 유럽연합(EU), 아세안, 세계무역기구(WTO) 등 다양한 협의기구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U는 심지어 유로라는 공동화폐를 발행하고 EU의회 의원을 회원국 국민이 선거로 직접 뽑는다. 도시간에도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가에서는 다양한 협력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비교적 최근인 2010년 교토부, 돗토리현, 오사카시 등 12개 부·현·시가 참여한 간사이 광역연합이 출범했다.

우리나라도 시민간 협력을 촉진시켜 지식공동체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함은 물론이고 지역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도시간 협력적 거버넌스를 제도화하는 방안에 대해 지혜를 모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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