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현 충남학원안전공제회 이사장

최근 천안의 한 야산에서 40대 쌍둥이 형제가 함께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이들 형제가 신변을 비관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앞서 지난달에도 천안의 한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숨진 모자(母子)가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모자 역시 극단적 선택을 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참으로 안타까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의 자살률은 벌써 수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2위를 다투는 불명예스러운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다소 줄어드는가 싶더니 지난해 큰 폭으로 증가해 또다시 2위에서 1위로 올라섰다.

국내 상황은 어떨까. 국내에서는 충남이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충남은 인구 10만명 당 35.5명으로 전국 26.6명보다 높게 나타났다. 올해 조사에서는 749명이 안타까운 선택을 했고, 이는 전년대비 85명이나 더 많은 수치다. 비단 올해뿐만이 아니다. 충남도는 2017년에도, 2018년에도 자살률 전국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충남의 경우 그동안 조사에서 65세 이상의 자살률이 높았던 것과는 달리 이번 조사에서는 10대 17명, 20대 59명, 30대 118명, 40대 139명, 50대 124명, 60대 105명, 70대 95명, 80대 이상 92명 등 전 연령대에 걸쳐 자살자가 나타난 것으로 집계돼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흔히 자살하는 사람들은 충동적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을 그렇지 않다. 전문가들은 자살하려는 사람은 자살 의도와 원인에 대해 주변 사람들에게 다양한 단서와 경고를 제공한다고 지적한다.

자살하는 사람, 혹은 자살을 시도한 사람들의 상당수가 극단적인 선택에 앞서 주위 사람들에게 정확하게 자신의 상황을 언급한다는 것만 보아도 자살예방을 위해 주위 사람들의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다. 이는 곧 갖가지 이유로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주위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이 있다면 그 잘못된 선택을 막을 수도 있다는 반증이 된다.

이제 충남도를 비롯한 일선 시·군 지자체에서는 더 이상 자살 예방 정책을 미뤄서는 안된다.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예방해야 한다. 단순히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벗기 위함이 아니라 생명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고,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충남도는 종교단체, 민간단체, 사회기관, 법률계, 언론계 등 자살예방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내년도 자살예방 협력사업의 발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간담회를 개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칭찬할만한 의미 있는 만남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는 책상에 앉아 회의하는 것 만으로 자살을 예방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한다. 실질적으로 자살의 유혹에 빠질만한 우리 이웃들을 적극 발굴하고 보듬어 앞으로 자신의 소중한 삶을 스스로 끊는 일이 없도록 막아야한다.

2019년도 이제 저물어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유독 올 한해를 힘겹게 버텨내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생명보다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은 없다. 자살이라는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은 자신은 물론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만드는 최악의 선택이다. 결코 최선이 될 수 없다. 다가오는 2020년에는 모든 사람들이 절망보다는 희망을, 불행보다는 행복을 이야기하는 아름다운 한 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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