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형 ETRI 의료IT융합연구실장

2014년 초반의 일이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포스닥을 마치고 30대 후반에 입사한 연구원이 있었다. 그는 환갑이 지나 업계에서 은퇴한 ‘회장님’이라고 불리는 분과 일을 하게 됐다. 필자의 기억에 그 분은 굉장히 열정이 넘치고 기술에 대한 고집이 있는 분이었다. 30대 후반 연구원과 환갑이 넘은 업계 노장의 협력이 시작된 것이다.

그 두 사람은 연구한 시제품 제작을 위해 많은 아이디어 회의를 했다. 전문가 자문을 듣고 서로의 의견도 주고 받았다. 드디어 시제품을 제작할 시점이 왔으나 제작할 업체가 없었다. 수

마이크로미터(um) 공차의 정밀 가공할 곳이 없었던 것이다. 두 사람은 가공 업체를 찾기 위해서 동분서주했다. 그러다가 어렵게 시제품을 제작할 수 있는 기업을 찾았다.

그 기업 대표도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었다. 역시 열정이 대단한 분으로 가공에 필요한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그렇게 30대 연구원과 60대 전후의 필드의 노장 이렇게 세명이 만나 만들어진 것이 바로 필자가 연구 중인 ‘모발이식 장치’ 초기 시제품이었다.

‘세대 차이(世代差異)’는 서로 다른 세대들 사이에 있는 감정 또는 가치관의 차이를 말한다. 그래서 기성세대와 신세대라는 말이 나오고 그 중간 세대를 ‘낀세대’라 부르기도 한다. 최근 사회는 ‘세대 차이’를 수준을 넘어 ‘세대 갈등’으로 진화중인 듯 하다.

일반 회사를 예를 들어보자. 최근 조사에 의하면 92.2%가 직장 내에 ‘세대 차이’를 경험했고 그 원인이 ‘세대 간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50% 이상이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연구원의 모습은 어떨까? 연구원도 사람이 사는 동네이니 당연히 ‘세대 차이’가 있다. 연구원에서 ‘세대 차이’를 극복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세대 차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선배 연구원은 조금 부족한 후배에게 우선 ‘칭찬’을 많이 했으면 좋겠고, 의견을 내고자 하는 후배에게는 ‘공감’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자신이 처음 연구원에 들어왔을 때 그 어색함, 서먹서먹함을 기억해 본다면 어떨까 한다. 물론 그 당시 선배들에게 심하게 당했던 기억(?)이 있다면 지우는 것이 좋다.

더불어 후배들과 토론하면서 과제의 큰 그림을 공유하고, 후배들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면 좋겠다. 물론 문제해결 방안을 제시하면 더욱 좋다.

후배 연구원은 선배연구원에 대해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면 어떨까 한다. 최근 입사한 후배들은 굉장히 똑똑하고 프라이드가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선배의 의견에 대항하듯 자기 의견을 말하는 성향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회의 때 부드러운 분위기보다는 싸한 분위기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우선 긍정적으로 답변한 후 논리적으로 선배들을 설득하면 어떨까 한다.

필자의 연구실에서 개발한 ‘모발 이식장치’ 초기 시제품은 30년 이상의 나이 차이, ‘세대 차이’를 극복한 결과라 생각된다.

젊은 연구원과 노장들이 그 업무를 같이 진행하면서, 아마 서로에게 말 못 할 속사정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은 30년 이상의 ‘세대 차이’를 극복하고 연구개발에 성공했고 새로운 기술을 탄생시켰다.

연구원에 만연해 있는 ‘세대 갈등’ 또는 ‘세대 차이’를 극복할 수만 있다면 또 다른 새로운 기술이 마구 탄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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