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세법 기본통칙 개정 미성년자 적발시 점주 책임
배달앱 이용… 신원확인 고충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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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투데이 이심건 기자] 생맥주도 별도 용기에 담아 배달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됐지만, 정작 지역 점주들은 주류 배달을 망설이고 있다.

규제 완화가 현장에서 효과를 보지 못하는 이유는 고객 주문 시 미성년자 식별이 어렵고, 모든 책임을 점주에게만 묻기 때문이다.

지난 7월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주세법 기본통칙'을 개정해 생맥주를 별도 용기에 나눠 담아 음식과 함께 배달할 수 있도록 했다.

원래 음식점은 배달 음식과 함께 소량의 주류를 배달하는 것만 허용됐다. 생맥주를 별도 용기에 나눠 담는 것은 '주류의 가공 및 조작'으로 보고 금지됐다.

그러나 법령 해석을 두고 혼란이 일고 중소벤처기업부 옴부즈맨이나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왔다.

이에 기재부와 국세청은 종전 법령 해석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배달을 위해 생맥주를 페트병 등에 담는 것은 주세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정부의 규제 완화에도 지역 점주들은 현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실제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 자료를 보면 주류 규제를 완화한 후인 10월 주류 주문 건수는 전체 주문수의 1.71%로 규제 완화 전인 지난 6월(1.72%)에 비해 오히려 줄었다.

정작 점주들이 앞장서 주류 배달을 거부하는 이유는 고객 주문 시 모든 책임을 점주에게만 묻기 때문이다.

현행 청소년보호법에선 '주류를 판매하려는 자'가 미성년자의 나이를 확인하는 주체로 규정돼 있다.

현재 고객들은 대부분 주문 중계업체인 배달 앱을 통해 주문을 넣는다. 접수된 주문은 배달 대행업체를 통해 대부분 배달되고 있어 점주가 직접 주문자 신원을 확인하기는 어렵다.

주류 배달로 미성년자 음주가 적발돼도 배달 앱과 배달대행업체는 모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주문 중개업체들은 배달앱을 통해 주류를 구매할 때 만 19세 이상 인증을 의무화해 미성년자들의 주류 구매를 방지하고 있다. 하지만 미성년자들이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주류를 배달받는다면 이를 막을 수단은 없다.

배달대행업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손님과 대면해 '성인이 맞느냐'며 물어보는 성인 확인 절차 행위는 사실상 어렵다. 또 고객 불만이 쌓여 항의를 받을 경우 일감이 줄어들거나 계약이 해지되는 등 고충이 있다.

지역 외식 점주들은 규제 완화에도 의미가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대전 서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박모(42) 씨는 “개정 이후엔 매출이 늘어날 기대감에 좋아했지만 온라인 주문은 미성년자 확인도 어렵고 주류 일일이 전화를 걸어 확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았다는 게 적발되면 점주가 모든 처벌을 받게 돼 주류는 배달을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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