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스토브리그'·'VIP', tvN '블랙독' 등 모두 신인작가 집필

▲ [S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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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극장 신인 작가들 데뷔작 '잘 나가네'

SBS '스토브리그'·'VIP', tvN '블랙독' 등 모두 신인작가 집필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최근 안방극장에서 신인 작가들의 미니시리즈 데뷔작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은 드라마 성수기로 통하는 겨울, tvN '사랑의 불시착'의 박지은 작가, JTBC '초콜릿' 이경희 작가, KBS 2TV '99억의 여자' 한지훈 작가 등 쟁쟁한 기성 작가들 사이에서 탄탄한 스토리로 화제성과 시청률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들 작품의 공통점은 꼼꼼한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리얼리티를 극대화하며 몰입감을 높였다는 점이다. 여성 서사가 많아지는 최근 대중문화 트렌드를 명민하게 포착해낸 점도 눈에 띈다.

SBS TV 주말극 '스토브리그'는 방영 시작 2주 만에 닐슨코리아 기준 시청률 두 자릿수를 넘긴 화제작이다.

안방극장에서 가장 포섭하기 힘들다는 남성 시청자들까지 사로잡은 비결로는 프로야구 프런트들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극에 잘 녹여낸 점이 꼽힌다.

특히 2회에서 드림즈의 신임 단장 백승수(남궁민 분)가 구단 내 반대를 무릅쓰고 에이스 선수를 방출, 조직 개혁에 박차를 가하는 장면을 기점으로 입소문이 퍼졌다.

야구팬들에겐 '이게 우리 팀 얘기인가' 싶을 정도로 리얼리티를 한껏 살려 공감의 재미를 안겨주면서도, 오피스극까지 결합함으로써 야구를 잘 모르는 시청자에겐 직장생활의 '사이다'를 선사한다.

'스토브리그'는 이신화 작가의 데뷔작으로, 이 작가는 2016년 하반기 MBC 극본 공모에서 이 드라마의 시놉시스로 우수상을 타기도 했다.

그는 극작을 전공한 남성 작가로, EBS '지식채널e'을 비롯한 다수의 교양 프로그램 작가와 드라마 보조작가로 활동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tvN '블랙독'은 5년 전 직장인들 사이에서 열풍을 낳았던 '미생'의 학교 버전이라고 불린다.

계약직 사원 장그래(임시완)는 신입 기간제 교사 고하늘(서현진)로, 장그래의 멘토 오상식 차장(이성민)은 진학부장 박성순(라미란)으로, 종합상사 원인터내셔널의 영업3팀은 '강남 8학군'에 속한 대치고등학교의 진학부로 그대로 옮겨간 듯하다.

'미생'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을 그려 사회적인 공감대를 끌어낸 것처럼 '블랙독'은 기간제 교사와 정교사 사이 서열과 사회 초년생의 조직생활 적응기를 중심에 두고 극을 전개한다.

'블랙독'을 집필한 박주연 작가는 실제로 교사 생활을 3년여 정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등학교 선생님들 사이에서 '현실 고증이 뛰어난 드라마'라고 소문이 날 정도로 작가의 개인 경험을 살린 리얼함이 몰입감을 크게 높인다.

여기에 임시완-이성민의 관계에서 성별만 반전한 서현진-라미란의 '워맨스'(woman+romance)로 여성 시청자들 눈을 사로잡는다.

박 작가는 CJ ENM의 신인 작가 육성 사업 '오펜' 1기 출신으로, '블랙독'은 그의 첫 단독 집필 드라마다.

지난해 2월 방송된 tvN 단막극 '마지막 식사를 만드는 여자' 또한 그의 작품이다. 교도소를 배경으로 '사형수가 마지막으로 먹을 식사'라는 독특한 소재를 택했음에도 꼼꼼한 자료조사로 호평을 받았다.

최근 종영한 SBS TV 'VIP'의 차해원 작가 또한 신인이다. 마지막 회 시청률 15.9%를 기록한 이 드라마에서 차 작가는 '신인답지 않은' 필력을 뽐냈다.

극 중 박성준(이상윤)의 외도 상대를 찾는 추리적 요소로 긴장감을 끌어모으는 한편, 백화점 VIP 고객들을 전담하는 직원들의 이야기로 '볼거리'를 만들어냈다.

일반 대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차 작가는 대본 집필을 위해 실제 백화점 직원들뿐 아니라 명품 브랜드와 해외 카지노 등 VIP 마케팅팀 담당자들을 취재했다고 한다.

극 후반부에 이르러선 VIP 고객들에 대한 비중이 줄어든 대신 이현아(이청아)의 직장 내 성폭력과 미투, 송미나(곽선영)의 워킹맘 애환 등 여성이 사회에서 겪는 차별과 아픔을 그려 주 시청자인 여성들의 공감을 샀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29일 통화에서 "한국드라마가 멜로, 사극, 가족극, 로맨틱코미디 틀을 벗어나 장르극으로 다변화되면서 신인 작가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기성 작가들은 자신들이 해오던 '특기'를 포기하기 어렵겠지만, 미국 장르드라마에 익숙한 신인들에게 이런 변화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짚었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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