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19년이 저물고 있다. 극장가에도 수많은 영화들이 개봉하며 한 해 동안 관객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했다. 기해년을 마무리하며 올해 박스오피스 순위를 정리해 보았다(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12월 27일 기준).

▲영화 극한직업 포스터.
▲영화 극한직업 포스터.

1위는 ‘극한직업’. 관객수 1626만명을 기록했다. 마약 수사 잠복을 위해 치킨집을 차리는 경찰 마약반. 하지만 수사는 진척이 없고 치킨 장사만 문전성시를 이루며 벌어지는 해프닝을 코믹하게 그린 ‘극한직업’이 올해 가장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 호흡과 맛깔스러운 대사로 인기를 끌었다. 올해 1월 23일 개봉해, 올해 초부터 총 관람객 순위 1위를 지켜왔다.

2위는 ‘어벤져스: 엔드게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대단원 하나가 일단락됐다.

2008년 ‘아이언맨’의 개봉으로 시작돼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인기를 모은 시리즈의 최종화 성격의 작품으로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어벤져스: 엔드게임’과 관련해서는 스포일러 소동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멀티플렉스 극장가 근처의 식당이나 커피숍에서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 되기도 했다. 관람객 1393만명을 모았다.

11월 21일 개봉한 ‘겨울왕국 2’가 3위를 차지했다. 관객수는 1307만명. 올해 관객수 상위 5위 영화 중 가장 늦게 개봉했지만 무서운 속도로 차트 상위권에 진입했다. 2013년 개봉한 1편은 OST ‘렛 잇 고’ 열풍으로 화제가 됐었다. 2편의 개봉을 앞두고 OST가 또 인기를 모을지 관심거리가 됐었지만, 이번에는 OST보다는 캐릭터 코스프레 의상 등 더 각광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4위는 알라딘.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실사화된 작품으로 개봉 전 흥행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으나, 1255만명의 관객을 모으며 우려를 잠재웠다.

특히 램프의 지니로 분한 윌 스미스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영화에 큰 재미를 가져다주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올해는 또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온킹’이 실사화되기도 했다. 향후 디즈니의 실사화 전략이 어디까지 진행될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 기생충 포스터.
▲영화 기생충 포스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5위를 기록했다. 관객수는 1008만명. 한국 영화 최초로 칸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도 인정 받은 작품이다. 영화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빈부격차와 그로 인한 갈등을 블랙 코미디로 그리고 있다. 봉준호의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는 송강호가 주연을 맡아, 역시나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송강호 이외의 배우들도 훌륭한 연기로 개성을 드러냈다. 특히 조여정과 이정은이 ‘기생충’ 이후에 더 활발한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야기는 어느 부잣집에 운전기사, 가정부, 과외선생님 등으로 ‘기생’하며 살게 되는 가난한 가족의 우여곡절을 보여주는데, 후반부로 가면 ‘기생’하며 살던 사람이 ‘기생충’이 되어가는 과정으로 이야기가 급변하게 된다. 이 전환의 시점이 관객들에게 충격을 던져준다. 봉준호 감독은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 이후로 관객에게 새로운 관점과 영화적 실험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왔다. ‘기생충’은 그런 시도들이 누적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안형준 기자 ahn@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