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옥 청주시 남이면 행정팀 주무관

내겐 초등학교 5학년 아들과 2학년 딸이 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자라 발 동동거리며 출근하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아침엔 정신없고 '서둘러', '빨리빨리' 말을 입에 달고 산다. 큰 아이와 작은 아이가 독감에 걸렸을 때, 수두를 앓았을 때,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한없이 죄인이 됐다. 아이는 아픈데 출근은 해야 하고 병원에서 쪽잠을 자며 자는 아이 얼굴을 쓰다듬으며 보고 있는데 한없이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다. 아이가 아픈 것도, 지금 병원에 있는 것도 다 내가 집에 없어서, 워킹맘이어서인 것 같았다. 모든 게 다 내 탓 같았다.

병원에서 출근할 때면 아이가 힘없이 "엄마, 가지 마, 가지 말고 나랑 있자, 안 가면 안 돼"라고 했다. 그러면 애써 "엄마가 꼭 해야 할 일이 있어, 그래서 엄마가 꼭 가야 해, 엄마 이따가 저녁에 맛있는 것 사서 일찍 올게"라고 아픈 아이에게 뽀뽀를 연신 해대며 병원 문을 나서는데 가슴 한편이 또 아려왔다. 굳이 내가 이렇게 아픈 아이들을 두고 출근을 해야 하는가. 하루에도 수십 번씩 휴직과 사표를 고민하며 내적 고민을 했다.

작은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던 어느 날 울면서 전화를 했다. 화장실이 너무 가고 싶은데 화장실이 더러워서 계속 참다가 결국 갔는데 옷을 내리다 소변이 먼저 나왔단다. 직장 동료에게 서둘러 상황을 말하고 아이 옷을 사서 부랴부랴 학교로 갔다. '당황하지 말자, 침착하자, 아이니까 그럴 수 있어'라며 차 안에서 연신 중얼거렸다. 당황한 아이를 잘 달래며 옷을 갈아입히고 돌아왔다. 별거 아니라며, 그럴 수 있다며, 엄마도 그랬다며, 절대 창피해하지 말라고, 친구들도 모르니까 걱정하지 말라며 당황했을 아이를 토닥이며 돌아오는데 나 자신이 참 강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아이를 잘 돌보지 못한다는 죄책감에 하루에도 수십 번씩 휴직을 생각하며 한숨을 푹 내쉬면 워킹맘 선배들이 다가와 "힘들지 괜찮아, 아이들은 다 아프면서 크는 거야. 아이들이 크는 만큼 너도 같이 크고 있어, 잘하고 있어", "네가 지금 집에 있으면 아이를 더 잘 볼 것 같지? 물론 그럴 수도 있어 하지만 양보다 질이라고 퇴근하고 열심히 놀아주고 많이 안아주고 사랑 표현 많이 하면 되는 거야.", "절대 아이들에게 워킹맘이라고 미안해하지 마, 알겠지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그리고 앞으로도 넌 잘할 거야. 힘내자, 파이팅!"이라고 위로해주곤 했다.

이런 위로들이 힘이 돼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강해지고 있었나 보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마음이 약해질 때면 "잘하고 있어. 아이들도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할 거야. 절대 일하는 걸 미안해하지 마" 스스로를 위로한다.

사실 지금 이 순간에도 휴직을 고민하고 있다. 고민은 앞으로도 진행될 것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 덕에 잘 이겨내고 있다. 멋지게 제 위치에서 열심히 지내고 있는 우리 가족을 생각하며 지금처럼만 서로 열심히 지내보자고 다짐한다. 사랑하는 우리 가족이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있고, 배려해준 동료 덕에 오늘의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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