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대전선병원 건강검진센터장

연말연시를 맞아 술자리가 많이 열리고 있다. 주량은 개인차가 크지만 세계보건기구에서는 폭음의 기준을 남성은 소주 7잔과 맥주 5잔, 여성은 소주 5잔과 맥주 4잔으로 제시하고 있다. 과도한 음주는 다음날 속이 타거나 배가 아픈 증상으로 종일 고생하기 쉽다. 장기적으로 지방간이 발병할 위험도 있어 술자리에서 폭음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역류성 식도염은 위의 내용물이나 위산이 식도로 역류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식도와 위 사이에 있는 괄약근의 압력이 정상적인 경우에는 식도와 위의 경계 부위가 닫혀 있어 위 속 내용물이 식도로 올라오지 않고, 음식물이 들어가거나 트림할 때 열린다. 그러나 괄약근의 압력이 줄어들거나 자주 열리면 위 속의 내용물이나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고 식도 점막이 손상돼 염증이 발생한다. 술과 기름진 음식이 괄약근의 압력을 줄여 역류성 식도염을 유발할 수 있는 대표적 요인들이다. 과식으로 위 안 내용물이 증가해 십이지장으로 채 배출되지 못할 때도 역류할 수 있어 술과 안주를 많이 먹을 때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식도에는 위와는 달리 위산을 보호할 수 있는 점막이 없어 위산에 더욱 취약하다.

주요 증상은 속이 쓰리는 것, 트림을 자주 하고 신물이 넘어오는 것,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안 되는 것, 가슴이 답답하고 통증이 있는 것 등이다. 역류성 식도염은 위내시경 검사를 통해 진단 할 수 있다. 전체 역류성 식도염의 50% 정도가 내시경에서 관찰된다. 내시경 검사에서도 확진되지 않을 때는 식도 산도 검사로도 판별할 수 있다. 위산분비 억제제나 제산제, 장운동 촉진제 등으로 치료할 수 있다. 치료 기간에는 기름진 음식, 과식, 취침 직전의 음식 섭취, 카페인 음료 등을 피해야 한다.

간 무게의 5% 이상이 지방인 경우를 지방간이라고하며, 술은 지방간의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술을 많이 마시는 모든 사람들이 간질환을 앓게 되는 것도 아니고, 술을 안 마시는 사람도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앓을 수 있다. 그러나 술은 자주 마시면 손상된 간세포가 재생될 시간이 부족해 지방간 등 간질환을 일으킬 위험이 높다.

폭음은 중성 지방을 증가시켜 동맥경화를 촉진한다. 노폐물이 계속 쌓여 심장근육으로의 혈류 공급에 장애가 생기면 협심증이, 심장근육으로 가는 혈류가 완전히 차단되면 심근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

폭음은 뇌세포에 혈액 공급이 원활히 이루어지는 것을 방해해 뇌졸중 발생 위험을 높이며 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연말연시 폭음을 예방하려면 술자리 일정 등을 확인해 어느 정도 마실지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술자리가 두 번 있는 경우 한 자리에서 4잔 이하로 마시도록 계획하거나, 갑자기 술자리가 잡혀 8잔을 마시게 됐다면 남은 6일간 술자리를 가급적 피하는 식이다.

알코올은 화학반응을 거쳐서 대개 일정한 속도로 제거되기에 술을 빨리 깨는 방법은 없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성인 남자의 알코올 제거율은 보통 시간 당 1잔인데, 새벽까지 음주를 하거나 10잔 이상 마시면 다음 날에도 지장이 있다. 알코올을 제거하는 화학반응에는 몇 가지 재료들이 필요한데, 술에 곁들이는 안주를 통해 이를 보충하는 것이 좋다.

다만 기름진 안주는 음식물과 섞여 알코올 분해를 방해할 수 있어 삼겹살보다 목살을 먹는 등 저지방 고단백 안주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빨간 국물이 있는 음식 등 자극적인 음식은 술로 이미 자극받은 위장을 더 심하게 자극할 수 있어 자제해야 한다. 위장 자극을 줄이려면 음주 30분 전 쯤에 탄수화물을 간단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술은 이뇨작용으로 탈수와 갈증을 유발할 수도 있는데, 술 한 잔에 물 한 잔꼴로 수분을 섭취하면 체내 알코올이 희석돼 알코올 체내흡수율이 낮아진다. 과일 안주를 함께 먹으면 수분 보충에 도움이 돼 탈수와 갈증 예방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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