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하고 무소식… 다른 손님 못받아 피해 더 커져
약속보다 적은 방문인원도 문제… 단체예약 거부도

사진 = 아이클릭아트 제공
사진 = 아이클릭아트 제공

[충청투데이 이심건 기자] 대전 유성구의 한 갈빗집 사장 김모(52) 씨는 최근 '노쇼'로 몸살을 앓았다. 15명의 동창회 모임 단체 예약을 받아 미리 간장 양념이 들어간 고기를 준비해 놨다. 하지만 정작 예약 당일엔 아무도 오지 않았다. 예약을 취소하겠다는 연락도 없었다. 늦게라도 올까 싶어 20여 좌석을 1시간 넘게 비워둔 탓에 다른 손님도 받지 못했다. 전화를 해보니 예약 손님은 "모임이 연기돼 갈 수 없어 미안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음식 준비하는 비용뿐 아니라 예약 좌석으로 자리를 비워 놓는 동안 손님을 받지 못하는 상황까지 고려하면 '노쇼'로 발생하는 피해가 크다"며 "연말이 되면 송년회 등 모임이 잦은 만큼 예약도 많지만 항상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모임이 잦은 연말연시를 맞아 지역 외식업계가 일부 무책임한 '노쇼(No-Show)'로 인해 공포에 떨고 있다.

연말과 연초는 각종 모임이 많아 단체 손님이 몰리는 1년 중 최고 대목이지만, 많은 예약만큼이나 아무 연락도 없이 예약을 깨는 노쇼도 빈번하다.

특히 수많은 노쇼로 인해 예약을 거부하는 식당이 나타나며 업체는 물론 일반 손님까지 피해를 입고 있는 실정이다.

당사자인 식당 주인에게 노쇼는 치명적이다. 준비한 음식은 그냥 버린다 해도 예약받은 테이블에 다른 손님까지 앉히지 못하면서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한다.

서구의 한 고깃집 주인 최 모(50) 씨는 "저녁에 30명 단체 손님이 온다고 해서 온 식구가 투입돼 기다렸지만 정작 예약자는 '회사에 급한일이 생겨 못 가겠다'며 안 왔다"면서 "이렇게 연락이 되는 경우는 그나마 양반으로 계속 전화를 무시하다가 겨우 연락이 닿아도 되려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손님도 있다"고 토로했다.

노쇼뿐 아니라 단체 예약으로 인한 피해도 빈번히 발생한다. 실제 예약 인원보다 적은 인원이 손님으로 식당을 찾는 것이 대표적이다.

중구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박 모(48) 씨는 "최근 25명 단체 예약을 받았는데 당일에 온 손님은 17명뿐이었다"며 "예약 인원만큼 자리를 마련해 두고 손님을 받지 못해 피해가 생기는 상황에서 단체 예약 중 절반의 인원이라도 오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노쇼로 인한 피해가 끊이지 않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소비자 분쟁해결 기준'을 내놨다.

예약시간 1시간 전에 식당 예약을 취소하면 예약보증금을 환급받을 수 있으나 그 이후 예약을 취소하거나 취소 없이 식당에 나타나지 않으면 예약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선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아 손님이 줄어든 상황에서 손님에게 예약보증금을 요구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예 연말연시엔 예약을 받지 않는 업체마저 있다.

중구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김 모(44) 씨는 “미리 자리를 빼뒀다가 허탕 친 경우가 너무 많아 규모가 작은 단체인 경우엔 예약을 안 받는다”고 말했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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