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명선 논산시장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진행한 '읍·면·동 시민추천위원회'에서 15개 읍·면·동장 대상자가 선출됐다. 이로써 논산시가 올해 처음 도입한 '읍·면·동장 시민추천공모제'에 의해 주민들이 직접 뽑은 읍·면·동장이 탄생한 것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읍·면·동장 시민추천공모제'를 한 두 곳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지방정부는 있지만, 시 전체 읍·면·동을 대상으로 하는 곳은 우리시가 전국 첫 시행이다.

'읍·면·동장 시민추천공모제'는 행정의 최일선에 있는 읍·면·동장을 주민이 직접 추천함으로써 시민이 시정에 직접 참여하는 제도로, 지역대표·마을자치회·주민으로 구성된 '시민추천위원회' 2442명이 토론과 투표를 통해 읍·면·동장 후보자를 직접 임명권자인 시장에게 추천하는 직접민주주의 제도다. 읍·면·동장 후보자들은 유권자인 주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꼼꼼하게 공약을 준비하고, 10대부터 80대까지 성별·연령별로 균형 있게 구성되어 있는 시민추천위원들은 후보자의 공약 하나하나를 세심히 살피며 뜨거운 토론의 장을 만들었다. 이러한 전체 과정이 즐거운 '지역축제의 장'이었다.

부창동은 3명, 양촌·벌곡·부적면은 2명이 후보로 등록했고, 강경·연무·성동·광석·노성·상월·연산·가야곡·은진·채운면과 취암동은 단수 후보자가 나섰다. 복수후보자가 나선 지역은 주민투표로, 단수 후보자가 나선 지역은 찬반투표를 거쳐 읍·면·동장이 추천됐다. 추천된 대상자는 내년 1월 정기인사 때 정식 임명된다.

주민의 손으로 선출된 읍·면·동장님께는 축하를 드리고, 아쉽게 고배를 마신 후보들에게는 위로와 함께 마을자치와 분권을 위한 과감한 도전정신에 박수를 보낸다. '읍·면·동장 시민추천공모제'로 임용된 읍·면·동장은 임기가 보장된 만큼 읍·면·동장의 책임을 다할 것이며, 주민에 의해 선출된 만큼 지역사회와의 소통에 더욱 힘을 쓰게 될 것이다. 주민들 역시 자신이 직접 선출한 읍·면·동장의 각종 행정과 좋은 마을 만들기 활동에 높은 관심을 보일 것이다. 이에 시는 앞으로 읍·면·동장이 주민들에게 내건 공약사업을 실현할 수 있도록 읍·면·동의 재량권과 사업비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우려의 소리도 많이 들었다. 논산시장의 인사권이 모호해 질 것이라고 했고, 능력보다는 인기영합과 온정주의로 출신지역 공무원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 주민들이 담합해서 특정한 인물을 밀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이미 논산시는 지난해 '동고동락 마을자치회 설치 및 운영조례'를 공포하고 주민세 전액을 주민들에게 환원해 주민들이 직접 쓰도록 했으며, 유명무실했던 위원회에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했다. 공무원이나 전문가가 결정을 하는 게 아닌, 주민들이 방향을 정하면 공무원이 이를 실천하기 위해 고민하고 방법론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행정의 틀을 바꿨다.

마을자치회를 만든 지 1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주민들은 마을안길 정비 등 소규모 주민숙원사업에서 지역 문화행사, 마을공동체 사업에 이르기까지 현안사업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며 마을에 꼭 필요한 사업을 찾아내고 우선순위를 정하여 슬기롭게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 마을에 관한 어떤 일을 맡겨도 현명하게 결정하고 추진할 수 있을 만큼 자치의식과 자치역량이 성숙했다.

'사람'이 먼저이고 '시민'이 우선인 논산시는 시민들에게 전면적으로 권한을 넘겨주는 담대한 도전의 길을 걷고 있다. 함께, 천천히, 쉽게,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지방정부는 마을자치의 든든한 뒷받침이 되어주는 플랫폼의 역할을 할 것이며, 마을을 통해 주민이 주인이 되는 실질적인 마을자치와 분권을 완성해 나갈 것이다. 성숙한 논산시민의 자치의식과 능력을 믿는다. '더 많은 참여'는 '더 많은 권한'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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