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태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간혹 환자분 중에 여러 진료과에서 각종 검사를 다 하고 마지막으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제게 오시는 분들이 있다. 명확하게 고통이나 손상과 관련된 신체 증상들이 나타나는데, 이런 신체 증상에 대한 의학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이고 신체 증상에 대한 의학적 증거가 있더라도 증상의 양상에 따라 정신건강의학과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로 '신체 증상 및 관련 장애'로 진단할 수 있다.

전통적인 정신 분석에서는 신체 증상의 원인을 억압된 충동성의 대치물이라고 보았다. 행동주의적 측면에서 보면 부모의 교육, 부모의 모습, 관습적 분위기가 신체화 유도를 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생물학적, 유전적, 가족적 요인 및 환경적 영향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생각되고 면역계 전달체의 하나인 사이토카인과의 관련성도 보고되고 있으며, 우뇌의 지배를 받는 좌측에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뇌기능 이상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근육통, 무기력감, 땀, 입마름, 얼굴의 화끈거림 등이 있으며 다양한 소화기계, 신경계, 심장 및 호흡기계, 비뇨생식기계 증상이 많이 나타난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신체 증상뿐 아니라 관련된 과도한 생각 즉, 증상의 심각성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불안해하고 과도한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이 특징이다. 신체 증상 및 관련 장애에는 질병불안장애도 포함된다.

이때는 심각한 질병에 걸려 있거나 걸리는 것에 대해 몰두해 신체 증상이 나타나지 않거나, 신체 증상이 있더라도 단지 경도 정도에 지나지 않는데도 고통을 받는다. 건강에 대해 높은 수준의 불안을 가지고 있으며 지나친 건강 관련 행동, 예를 들면 반복적으로 질병의 신체 징후를 확인하거나 또는 순응도가 떨어지는 회피 행동, 예를 들면 의사 예약과 병원을 회피를 보이기도 한다.

전환장애는 운동이나 감각 기능 이상이 있는데 증상이 신경학적 혹은 의학적 상태와 불일치한 모습을 보이는 질병이다. 이런 증상은 사회적, 직업적으로 현저한 고통이나 손상을 초래하며 구체적인 증상으로 마비, 떨림, 근육긴장이상, 근경련, 보행장애, 삼키기장애, 언어장애, 감각손실 등이 있다. 스트레스 요인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존재한다. 여담이지만 과거에는 독한 시집살이를 하는 며느리들이 말이 나오지 않는다며 오시곤 했다. 스트레스 요인을 동반하는 전환장애라고 할 수 있다.

환자분 대부분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오시기 전에 많은 병원 및 진료과를 찾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행동이 과할 뿐이지 틀렸다고는 할 수 없다. 실제로 내외과적인 질환이 있는지는 반드시 확인을 해야 하는 부분이다. 단 같은 증상에 관해 반복적으로 내외과적인 질환이 없다는 확인을 받았다면 의사 소견을 신뢰하고 해결되지 않는 신체 증상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의 후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현명한 결정이다.

신체 증상 및 관련 장애는 대체로 보이지 않는 통증이어서 꾀병으로 의심받기도 쉽고 서러워하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치료를 받지 않으면 증상은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면서 만성적인 경과를 밟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병원을 수없이 찾아다니며 약물중독이 되기도 하고, 심하면 자살기도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반사회적인 행동까지 더해져 생활의 파탄을 초래할 수도 있다. 또한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도 신체 증상 및 관련 장애는 꾀병이 아니며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상의하고 치료계획을 세워야 하는 질병임을 이해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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