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다혜 청주시 남이면 산업팀 주무관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직원들에게 선물해 화제가 된 책이 있다. '90년생이 온다.' 이 책은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다. 90년대 생인 나에게도 인상 깊게 다가온 책인데 90년대 생을 '9급 공무원 세대'로 지칭하는 부분이 특히 와닿았다.

1990년대 생의 꿈이 '9급 공무원'이 된 지 오래며 최종 합격률이 2%가 채 되지 않는 공무원 시험에 수십만 명이 지원하는 이들이 '9급 공무원 세대'이다. 대기업에 들어가기도 어렵고 들어가도 얼마 못 버티고 나오는 게 다반사에, 몇 년 일했던 사람들도 그만두고 치킨집을 차리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 공무원은 처우도 좋고 잘릴 위험도 없으니 공무원이 최고의 꿈일 수밖에 없고 나 또한 그런 생각을 가지고 공무원이 됐다.

하지만 기성세대는 이런 90년대 생을 이해 못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비판하곤 한다. 그러나 그건 변하는 세상에서 '꼰대'로 남는 지름길이다. 중요한 것은 공무원 시험 자체가 아니라 그들의 세대 특징이며 그들은 현실 상황에 맞게 잘 판단하고 대처해 나가려고 한다는 것이다.

'90년생이 온다.' 이 책은 90년생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아보고, 기성세대들은 그들을 어떤 눈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고민하는 책이다. 90년대 생들의 언어습관과 행동을 보고 꼽은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 번째는 '간단함'이다. 줄임말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90년대 생들의 줄임말은 인터넷과 게임, 채팅 문화가 확대되면서 더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지속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단순한 축약이나 합성이 아니기 때문에 줄임말만 보고 의미를 유추하기는 힘들며 언제든 사라지고 다른 신조어로 대체될 수 있다. 심지어 이모티콘만으로 빠르게 소통하기도 한다.

두 번째는 '재미'다. 80년대 생 이전 세대들이 '삶의 목적'을 추구했다면 90년대 생은 '삶의 유희'를 추구한다. 일하면서도 재미를 찾고 완전무결함만 살아남는 답답함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와 자신을 패배자라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며 '병맛(욕설과 어떤 음식의 맛을 느끼다는 맛이 결합된 신조어)’개념이 유행하게 됐다는 시각도 있다.

세 번째는 '정직함'이다. 90년대 생들의 정직함은 단순히 솔직하고 순수한 것을 뜻하지 않는다. 그들은 정치·사회·경제 모든 분야에서 정직을 요구하며 당연히 혈연·지연·학연은 적폐다.

이 세 가지 특성은 기업과 소비 두 가지 측면에서 다양하게 표현된다.

저자는 90년대 생들을 받아들여야 하는 기업이 '권력은 이미 기업의 손을 떠나 개인으로 이동했다'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90년대 생들이 중소기업을 가지 않으려 하는 것은 연봉 때문이 아니라 중소기업의 기업문화가 싫어서다.

여기에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과 고용 불안도 더해져 있다. 강압적인 관리 방식으로 단순 휴식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다면 그 회사를 떠나며, 권리를 지키고 행사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자유를 누리고자 한다. 그들을 최대로 활용하려면 회사가 그들을 성장시켜야 한다.

소비 측면에서 볼 때는 새로운 세대의 변화가 바로바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위험하지만 기업은 이러한 변화를 알아차리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 90년대 생들의 참여를 끌어내고 그들의 성향과 감성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할 수 있는지에 기업들의 성패가 달려 있다.

계속해서 변화하는 시대에 젊은 세대들이 기존 틀에 맞추기보다는 기존 세대가 바뀌어야 한다고 보며, 90년대 생들 또한 언젠가는 기성세대가 되기 때문에 새로운 세대를 이해하고 받아들여 그들에 맞춰 나가도록 해야 한다. 결국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가 서로서로를 이해하고 공존해 나가야 하며 이는 모두의 생존을 위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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