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와 '정해인의 걸어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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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인지도 기댄 예능, 구식 포맷 답습에 시청률 '뚝'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와 '정해인의 걸어보고서'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김지현 인턴기자 = 이동욱, 정해인 등 스타 배우들을 단독으로 내세운 예능 프로그램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배우 인지도로 초반 화제 몰이에는 성공해도, 결국 참신한 포맷과 콘텐츠로 승부를 보지 못하면 시청자층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스타PD 나영석의 '삼시세끼', '꽃보다' 시리즈처럼 유명 배우 여러 명을 예능에 섭외하는 전략은 이미 구식이다. 이선균, 김남길 등을 내세운 tvN '시베리아 선발대' 등도 같은 전략이었다.

최근에는 좀 달라졌다. SBS TV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나 KBS 2TV '정해인의 걸어보고서'처럼 배우 한 명을 메인으로 내세운 예능이 속속 등장했다. 배우 간 팀워크가 아닌 배우 개인의 역량에 프로그램을 맡긴 셈이다.

이동욱은 과거 '강심장', '프로듀스 엑스(X) 101' 등 예능 MC 경험이 있기는 하지만 '강심장'은 강호동이 메인 MC였고 '프듀X'는 오디션 경연 프로그램이어서 MC 역할이 한정됐다. 이번 프로그램은 호스트의 역할이 절대적인 토크쇼 형태여서 배우에게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첫 게스트로 드라마 '도깨비'에서 '브로맨스'를 보여준 공유가, 두 번째로 인공지능을 이긴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등장해 화제성을 끌어올렸지만, 콘텐츠 자체만 놓고 본다면 냉정한 평가를 피해가기 어려웠다.

1회는 긴 시간을 공유의 등장과 그를 칭송하는 연출에만 의존했고, 2회는 나름대로 깊이 있는 토크를 지향했지만,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하면서 시청률이 3%대로 하락했다. 오히려 보조 MC로 등장한 장도연이 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끌었다는 평가마저 있었다. 3·4회 시청률도 큰 반등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정해인의 걸어보고서' 역시 2%대 시청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KBS 1TV '걸어서 세계속으로'를 예능으로 재탄생시킨 것으로, 정해인이 친구들과 외국을 걸어서 여행하고 기록하는 포맷이다.

교양 프로그램에 스타 배우를 더해 예능으로 변모한 기획 의도는 나름 신선했지만, 정작 내용은 기존 여행 관찰 예능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게 문제다. '트래블러' 등 비지상파에서 이미 숱하게 시도했던 내용이기도 하고, 출연자들 간 '케미'(케미스트리·조화)가 아직은 크게 두드러지지도 않는다. 자극의 홍수 속 잔잔함을 강조한다지만, 차별화 포인트로 보기엔 부족하다.

그렇다고 프로그램 흥행 부진을 배우들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전문가들 역시 배우 개인기보다는 프로그램 연출과 포맷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22일 "포맷들이 다 예전에 했던 것을 가지고 오는 느낌이다. '토크가 하고 싶어서'는 정통 토크쇼에 잠깐씩 영상을 삽입한 정도고, 사실은 우리가 늘 봐온 1인 연예인 토크쇼다. '걸어보고서'도 형식적으로 새롭지 않고 새로운 주목 요소로 배우를 끌어드리는 건데 포맷이 강하지 않고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해당 배우들이 신선하기는 하지만 예능을 많이 해본 인물들이 아니어서 안정적이지는 못하다"며 "예능 프로젝트 촬영이 장기화하면서 배우 섭외가 늘었지만, 결국 형식은 과거 것 그대로"라고 덧붙였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도 "요새 시청자들은 '간판 출연자'에 따라 시청하지 않는다. 유명 배우가 출연하면 화제성을 부르지만,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시청하는 건 별개의 문제"라며 "결국 콘텐츠의 내실이 중요한데 그런 부분들이 최근 미진해 보인다"고 말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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