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롭·과르디올라·무리뉴의 축구는…

흔히 축구는 ‘감독의 스포츠’라고 말한다. 하지만 동시에 ‘축구 감독은 파리 목숨’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 영향력이 큰 만큼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서 성적 앞에 자유로운 감독은 없다.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선수보다 감독들에 대한 뉴스로 시끄럽다.

우리의 손흥민이 뛰는 토트넘은 팀을 한 단계 아니 서너 단계 더 발전시킨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을 경질하고 ‘스페셜 원’ 주제 무리뉴(56·포르투갈)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17라운드까지 단 1승에 그친 꼴찌 왓포드는 하비 가르시아와 키케 산체스 플로레스에 이어 나이절 피어슨(56·영국)을 영입했다. 그는 올 시즌 왓포드의 3번째 감독이다.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여주던 에버턴은 마르코 실바를, 아스널은 우나이 에메리 감독과 결별했다. 현재 에버턴은 AC밀란과 레알마드리드, 바이에른 뮌헨 등에서 수많은 우승컵을 들어 올린 카를로 안첼로티(60·이탈리아)와 링크되고 있으며, 아스널은 맨체스터시티 수석코치이며 팀의 주장 출신인 미켈 아르테타(37·스페인)와 계약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야기했듯 축구는 ‘감독의 스포츠’다. 우리도 코엘류나 슈틸리케 감독 등을 통해 감독이 얼마나 중요한 지 깨달은 바 있다. 이번 주 스포츠 픽에서는 'EPL 3대 명장'을 소개하려 한다. 물론 100% 필자 주관적인 기준인 점은 너그러이 양해해 주시길 바란다.

위르겐 클롭. 사진=연합뉴스
위르겐 클롭. 사진=연합뉴스

◆“나는 선수들에게 최고가 되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최고를 꺾을 수 있는 팀이 되라고 말한다.”

‘EPL 3대 명장'의 첫 번째는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52·독일)이다. 클롭은 2001년부터 독일 분데스리가 2부리그 PSV마인츠05 지휘봉을 잡아 2003-2004시즌 1부 승격에 성공했다. 이는 마인츠 구단 역사상 처음이며, 무려 창단 99년만의 일이었다.

마인츠에서 예열한 클롭은 2008년 분데스리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로 가며 꽃을 피웠다. 그는 2010-2011, 2011-2012시즌 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렸으며, 2012-2013 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차지했다.

7년간의 아름다웠던 도르트문트 시절을 마무리한 클롭은 2015년 명문 리버풀FC의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2015-2016시즌 유로파리그와 2017-2018 챔스 결승에 오르며 곧 있을 성공을 예고했다. 클롭은 2018-2019 챔스 정상에 등극하며 팀에 6번째 ‘빅이어’를 안겼다. 또한 현재 2019-2020시즌 단독 선두를 질주하며 리버풀의 사상 첫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예약한 상태다.

클롭을 상징하는 단어는 ‘게겐 프레싱’이다. 이는 모든 필드 플레이어가 1선부터 상대를 압박해 들어가는 전술이며, 상대의 빌드업과 패스길 자체를 막아버리는 것이다. 게겐 프레싱의 위력은 주로 라인을 많이 올리는 강팀을 상대로 잘 발휘된다. 엄청난 체력적 부담이나 역습을 노리는 약팀들에게 오히려 약한 모습 등은 게겐 프레싱의 단점으로 지적되곤 하지만 클롭은 진화하고 있다. 그는 예전과는 달리 로테이션을 많이 돌리고 있으며 간혹 ‘두 줄 수비’를 세우기도 한다.

클롭의 장점 중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는 바로 ‘친화력’이다. 그는 감독과 선수 사이가 아니라 믿음직한 리더나 반장으로서의 태도를 갖고 있다. 도르트문트의 에이스 마르코 로이스는 한 인터뷰에서 “그와 대화가 끝나면 심장이 쿵쾅거렸다. 그는 자신의 마법에 걸리게 하고 떠나지 못하게 만든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과르디올라. 사진=연합뉴스
페프 과르디올라. 사진=연합뉴스

◆“무언가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나 자신부터 바꿔야 한다.”

‘EPL 3대 명장’의 두 번째 주인공은 디펜딩 챔피언 맨체스터시티의 페프 과르디올라(48·스페인)이다. FC바르셀로나의 레전드인 과르디올라가 친정 팀에 안겨준 가장 큰 선물은 ‘메시의 발견’이다. 메시는 과르디올라 부임 전부터 유망주로 주목받았지만 ‘유리 몸’이 약점이었다. 하지만 과르디올라의 체계적 식이요법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거치며 세계 최고 선수가 됐다.

과르디올라는 바르셀로나 부임 후 3시즌 연속 프리메라리가 우승을 차지했으며, 챔스, 슈퍼컵, 클럽월드컵 우승컵 두 개씩을 안겼다. 또 코파델레이 우승도 한 차례 기록했다.

과르디올라는 2013-2014시즌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UEFA 슈퍼컵에서 첼시를 꺾고 이적 후 첫 트로피를 들어 올렸으며, 2014년 3월 26일 유럽 5대 리그 최단기간 우승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과르디올라는 2015-2016시즌 바이에른 뮌헨을 분데스리가 사상 첫 4연패로 이끈 후 맨시티로 향했다. 맨시티에서의 첫 시즌은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클래스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2017-2018시즌 리그컵에서 맨시티에서의 첫 트로피를 얻으며, 프리메라리가와 분데스리가, EPL에서 모두 우승한 감독이 됐다. 이후 과드리올라는 2017-2018, 2018-2019시즌 EPL 우승을 차지했으며, 특히 2018-2019시즌에는 잉글랜드 사상 첫 리그·FA컵·리그컵 우승이라는 ‘도메스틱 트레블’에 성공했다.

과르디올라 전술의 상징은 ‘티키타카’로 이는 포지셔닝 플레이의 극대화라 해석할 수 있다. 그의 전술은 안전한 짧은 패스를 활용해 후방에서부터 빌드업을 시작하는 것이며, 점유율 유지를 위해 중앙을 자주 사용하지만 기본적으로 윙어 2명은 넓게 포진시킨다. 이는 과르디올라 전술의 핵심인 사이드 체인지를 이용해 상대 진영을 허물기 위함이다.

특히 과르디올라는 ‘일 중독자’로 유명하다. 그는 늘 수첩을 들고 다니며 전술과 전략을 연구하고 온갖 컨디셔닝은 물론 선수단 식단까지 챙기는 극도의 ‘완벽주의자’로 유명하다.

조제 무리뉴. 사진=연합뉴스
주제 무리뉴. 사진=연합뉴스

◆“나는 내가 세계 제일의 감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를 능가하는 감독이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EPL 3대 명장'의 마지막은 토트넘의 주제 무리뉴(56·포르투갈)이다. 무리뉴는 체육교사, 통역관 등 밑바닥부터 시작해 자신의 진가를 증명해내며 단기간에 세계 톱클래스 반열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2001-2002시즌 포르투갈 중소클럽인 레이리아 감독으로 부임해 리그 3위의 이변을 만들며 주목받은 무리뉴는 해당 시즌 후반기 FC포르투로 자리를 옮겼다. 2002-2003시즌 리그·리그컵·UEFA컵 우승의 ‘미니 트레블’을 달성한 그는 2003-2004시즌 리그 2연패와 함께 팀을 17년만의 챔스 정상으로 이끈다.

무리뉴는 이후 첼시에서 EPL 2연패, 인터밀란에서 2009-2010시즌 트레블 등 성공가도를 달렸다. 특히 2009-2010 챔스 우승을 차지하며 에른스트 하펠과 오트마어 히츠펠트 등 명장들의 뒤를 이어 2개의 클럽에서 챔스 우승을 한 3번째 감독이 됐다. 이후 레알마드리드 지휘봉을 잡은 무리뉴는 2011-2012시즌 프리메라리가 정상에 오르며 유럽 3대 빅리그를 모두 우승한 최초의 감독이란 영예를 안았다. 이후 무리뉴는 첼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거쳐 지금은 우리의 손흥민과 한솥밥을 먹고 있다.

무리뉴를 상징하는 말은 ‘실용주의’이다. 그의 축구를 보고 ‘안티 풋볼’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수비적 전술을 쓰는 감독은 많다. 다만 무리뉴가 가장 돋보이기 때문에 집중포화를 당하는 것이다.

무리뉴는 전술적 균형과 안정을 중요시 한다. 그는 수비 라인을 끌어내린 후 피지컬과 활동량을 바탕으로 공을 뺏으면 바로 공격적으로 나가는 축구를 선호한다. 무리뉴는 극단적 수비축구를 구사한다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약팀과의 경기에서는 점유율을 확보한 상태에서 경기를 주도하는 운영을 한다. 실제 레알마드리드 재임 시절에는 리그 100골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무리뉴는 이길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전술을 구하는 감독이며, 이기기 위해서는 어떤 전술적 선택도 마다하지 않는 ‘승부사’이다.

노진호 기자 windlak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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